이명박 정부를 둘러싸고 여러 '신조어'들이 탄생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S라인(서울시청 출신)' 등은 새정부 실세라인의 출신성분에 따른 분류에서부터 비롯된 말이다.
이 표현들은 소위 새 정부에서 잘나갈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에서 비롯된 표현들이다. 즉 이야기 거리는 될지언정 딱히 문제가 될만한 소지는 적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또 있다. 최근에는 새정부 초대 각료 후보자로 임명된 이들의 재산을 둘러싸고 '강부자, 강금실'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강부자'는 탤런트 강부자가 아닌 '강남땅부자'를 줄인 말. '강금실'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닌 '강남에 금싸라기 땅을 실제로 소유한 사람들이 장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새정부 초대 각료 후보자들의 재산과 관련한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후보자들은 재산형성과정에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 '망국병'이라고 불리며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들도 이 문제로 인해 큰 홍역을 치렀다.
대다수 국민들도 부동산 투기로 인한 각종 폐해를 직·간접적으로 체감하며 투기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용서하지 않겠다며 각종 무리수(조세 등)를 둔 것도 이 같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식에 기인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정부 초대 각료 후보자들 중 일부가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위공직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고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판단 기준에는 부동산 투기 유무도 속한다는 점, 부동산 투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현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각료 후보자들은 이미 '자격미달'인 셈이다.
그런데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각료 후보자들의 '입'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민들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에게 쏠린 투기의혹과 관련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스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일부 부동산에 대해 "남편이 선물로 사준 것"이라는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집중 비난을 받았다.
수 십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재산이 많은 것이 무엇이 문제냐,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이명박 정부측의 인식도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재산 형성과정의 불투명성과 당사자들의 부적절한 해명,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과의 안이한 '눈높이'의 공유다.
투기 의혹으로 집중포화를 두들겨 맞은 후보자들이 차라리 "문제가 있었다"고 당당하게 고백한 뒤 깨끗하게 물러나고 이명박 정부측도 적절한 해명을 내놓고 국민들의 용서를 구했다면 괜한 뒷말로 출범 전부터 스타일을 구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경제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투기의 완전한 근절도 새정부가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직·간접적으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각료들이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새정부는 정상적인 출범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각료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만큼은 반드시 청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도덕성에 흠집을 안고 있는 정부 지도자들이 일반 국민들에게만 '도덕성(투기자제)'을 주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