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역사상의 시점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특사로 한국을 방문중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24일 서울에서 열린 초대회에서 한 이 발언에는 한.중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국 정부의 희망이 담겨 있다.
이 희망은 "한·중 관계는 새로운 형세 아래에서 틀림없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내 새로운 단계로 격상될 것이다"라는 탕자쉬안 위원의 말에서 구체화된다.
중국은 이미 올들어 한국과의 관계를 격상시킬 뜻을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나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축하를 위해 지난 1월14일 후 주석의 특사로 방한했던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당시 이명박 당선인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중국을 공식 초청해 달라는 후 주석의 의사를 전달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자는 뜻도 함께 전했다.
중국 외교부 지도부는 또 지난 1월16-19일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자격으로 방중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이 만남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격상시킬 의사를 표시했고 이 증거의 하나로 한중간 차관급 정책대화 개최를 제안했다.
사실 현재 '전면적인 협력 동반자관계'인 한·중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된다면 최고 외교 단계를 뜻하는 '전략적'인 관계가 된다. 중국이 외교관계에서 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국가는 현재로선 러시아와 일본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크게 중시하면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킬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데는 한국의 외교의 저울추가 미국과 일본으로 너무 기울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새 정부가 보수 기치를 내걸고 친미.친일 일변도의 외교정책으로 선회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일본과의 관계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춰달라는 중국측의 주문으로 읽혀진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업그레이드하자고 말하며 중국 측을 안심시키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아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 대통령 정부의 대미정책과 대북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베이지의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최소한 2-3번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며 후 주석의 한국 방문도 점쳐진다.왕이 부부장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을 공식 방문해달라는 후 주석의 의사를 전달했다.
또 이 대통령은 오는 8월 베이징(北京)올림픽과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도 후 주석의 초청을 받았다. 2-3번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발전의 방향이 분명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측은 한·중 관계 격상을 희망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도 화답했지만 한·중 관계 발전은 한국이 외교정책과 대북 정책 방향에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렸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그러나 한.중 관계는 수교 16년만에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이웃 국가로 발전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달라질 수 없고 큰 틀에선 더블 윈을 위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이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한.중간 불가분의 관계와 슈퍼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용틀임'을 감안해 작은 갈등들을 지혜롭게 극복해 가면서 대중국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외교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