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이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근 주가 급락에 대한 주주들의 잇단 성토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국민은행 주가는 지난달 25일 신한지주에 시가총액에서 밀리기 시작하며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준데 이어 18일에는 2006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5만원 밑으로 떨어져 현재 4만9천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총은 '이사선임의 건' 등 안건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되면서 별 문제없이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사에 대한 연간 보수한도를 80억원으로 책정하고 장기 성과보수로 2010년까지 총 14만주를 부여하는 내용의 '이사보수한도의 건'이 상정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표출되기 시작했다.
한 주주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2년 전에 비해 주가가 반 토막이 나 주주들이 신명이 나지 않는다"며 "보수를 올려줄 테니 주가만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은행의 주식 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주주는 "최근 시총이 신한지주에 역전된 것은 경영진의 우유부단함에도 원인이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 무산도 (경영진은) 사전에 이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느냐"고 질타했다.
국민은행의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주주들의 잇단 요구에 강 행장은 주총을 마무리한 뒤 이례적으로현장에 남아서 40여분간 설명회를 갖고 주주들을 달래야 했다.
강 행장은 리딩뱅크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과 관련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합병으로 덩치가 커졌지만 2003년 카드사태와 중소기업 대출 사고 등을 겪으면서 그 해 9천억원의 손실을 냈었고 그 이후 합병을 하지 못했다"며 "반면 신한지주는 조흥은행, LG카드 등과 잇따라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현재 76%로,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팔면서 국민은행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하락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최근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 은행(BCC)과 지분인수 계약을 했다"며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조금만 인내해 달라. 장기적으로 국민은행의 가치는 분명히 올라갈 것"이라고 설득했다.
강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 의지도 다시 한번 내비쳤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 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1년반 전과 비교했을 때 자본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외환은행과 합칠 수 있는 역량은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