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에 처음 만들어진 국정기획수석 자리는 주요 국정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도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 정책의 기획·조정기능도 맡은 막강한 자리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국정조정 기능이 미흡했다고 평가하며 나름대로 정책조정과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막강한 독점적 권한이 부여된 만큼 독주 또는 정책오류가 있을 경우 예방과 시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 자리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좌하며 이끌어갈 핵심지위에 있는 사람이 세금을 벌금에 비유했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더구나 곽 수석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대학강단에서 경제학 강의를 해왔던 사람이 세금과 벌금구분을 못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니 큰 실망으로 다가온다.
사전적으로 벌금(罰金)은 ▲규약을 위반했을 때에 벌로 내게 하는 돈 또는 ▲재산형의 하나로 범죄의 처벌로서 부과하는 돈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벌금형(罰金刑) 범죄인에게 일정한 금액의 지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형벌로 범죄가 전제돼 있다.
또 세금(또는 조세)은 국가 등의 정부기관이 재정조달을 목적으로 강제 징수하는 것으로써 헌법에선 국민이 지켜야 할 신성한 4대 의무의 하나(납세의무)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는 지금까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은 신성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성실하게 세금을 많이 내는 납세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곽 수석이 이날 강조한 "세금은 벌금형과 같다"는 말이 세금을 많이 낼수록 벌금을 많이 낸 것으로 해석된다면 큰 일이다. 결국 성실하게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은 죄가 무겁다는 말이되기 때문이다. 세금을 세법이 아닌 형법에 규정하라는 말인가.
물론 곽 수석의 이날 발언은 최근 서브프라임사태나 고유가 등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감세와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나온 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의 주요방향을 설정하고 각 부처 정책을 기획·조정하는 중요한 책임을 맡은 사람의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세금과 벌금도 구분치 못해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게 넘겨지지가 않는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수가 13조7000억원이 더 걷힌 현상을 국세청 노력이기보다는 성실납세의식이 국민사이에 싹 튼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세금을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이 국가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내야 할 회비라고 본다면, 자발적 회비납부실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발적 회비납부가 정착된 모임이 발전속도가 빠른 것을 감안하면, 국가발전의 미래도 밝다고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전반을 조율하고 이끄는 청와대에서 그것도 수뇌부의 한 사람이 세금을 벌금으로 믿고 있는 한, 수십 년의 노력으로 한창 무르익게 된 국민들의 성실납세의식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