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회계제도 개선 T/F 준비중
지난 19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 "감사인 강제교체제도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회계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위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해 회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공정시장과는 회계제도를 좀 더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T/F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계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고 한미 FTA 등으로 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제도를 전반적으로 글로벌스탠다드에 적합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회계제도 개선을 위한 T/F에는 금융위 관계자, 금감원 관계자, 학계 및 업계 인사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금융위의 회계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두고 전 위원장의 규제개혁이라는 취지와 함께 딜로이트컨설팅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총괄하는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을 맡았던 전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회계제도를 개선하는 T/F 추진은 옛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에는 없던 이야기로 전 위원장이 임명되고, 금융위가 출범된 이후에 나왔기 때문. 직접적인 감사 업무를 총괄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회계업계의 흐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회계제도를 제일 먼저 바꾸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회계업계, 감사인 강제교체제도 불만 가득…이들의 속부터 풀어주나?= 특히 전 위원장이 언급한 감사인 강제교체제도는 회계법인과 기업 간의 자유로운 감사계약을 막는다는 점과 감사인을 교체하는 기업을 두고 1년에 한 번씩 수주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회계법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감사인 강제교체제도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막고, 독립된 감사를 하기 위한 조치로 2006년부터 같은 기업에 대해 6개 사업연도를 초과해서 감사할 수 없게 한 제도.
더구나 올해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하는 기업들이 약 419개인 것으로 알려져 그 어느 때보다 감사계약을 따내기 위한 수주 전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한 회계사는 "회사를 이해해야 감사를 하는데 회사 직원도 바뀌고, 사업자체도 복잡해 이해를 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리는데 (단순히) 감사를 따내기 위해 불필요한 코스트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도 "제도의 취지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 외감기업과의 유착이라는 것인데 극히 일부 업체의 문제를 전체인양 봐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꿨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부감사인을 6년마다 교체하는 제도와 함께 감사를 하는 파트너(이사)를 3년마다 교체하는 제도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어 감사의 독립성을 준수하는 방법에 대한 이중제약 논란도 일고 있다.
주식회사에 대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는 3개 사업연도를 연속해 감사업무를 한 경우 감사업무 보조자나 감사에 참여한 회계사의 3분의 2를 교체하는 규정과 함께 감사인 강제교체제도가 함께 규정돼 있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감사인 교체제도와 파트너 교체제도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며 "둘 다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해 둘 중의 하나만 채택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전 위원장이 감사인 교체제도가 무리한 면이 있다고 말한 만큼, 만약 둘 중의 하나만을 채택한다면 감사인 교체제도가 사라지고 파트너 교체제도만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 강제교체제도는 해외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로 이것이 회계 후진국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지, 회계담당 파트너를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지 연구를 했는데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이 감사의 질을 높이는 데 그렇게 도움이 안 된다고 나와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