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관련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전남지역 소재 한 건설사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J씨는 감사과정에서 이 업체가 370억 여원 상당의 부채가 누락된 사실을 파악하고도 재무제표상에 적정하게 기재하지 않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준 혐의다.
전남지역의 중견건설 업체였던 이 건설사는 상거래를 수반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어음인 이른바 융통어음 할인에 따른 금융비용 과다지출로 지난해 말 최종 부도처리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 회사는 협력업체들과 사전공모해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세금계산서와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한 후 어음과 함께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어음할인을 받아왔다.
이 회사는 이 같은 불법할인을 통해 최근 3년 동안 1800억원, 또 2007년 한해 동안 38개 금융기관에서 할인받는 수법으로 715회에 걸쳐 870억 여원의 융통어음을 할인하여 수수료 등을 제한 840억원을 회사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대표 P모씨는 2005년도에 발생한 회사부채 220억원, 2006년도 회사부채 380억원을 누락한 채, 회사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회사가 적자 상태임에도 흑자를 내고 있는 것처럼 둔갑시킨 후 공인회계사 J씨에게 회계감사를 의뢰했다.
감사인 J씨는 2년(05년,06년)에 걸쳐 370억원 상당의 부채가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 회사의 감사를 담당했던 J 회계사는 부실감사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 그러나 J씨 본인은 업무상 과실혐의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법정다툼을 통해서라도 억울함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감사를 맡았던 J 회계사는 "이 회사와 협력업체간 할인약정으로 이뤄진 것을 회계장부 상에서 짧은 회계감사 기간내에 찾아 내기란 힘들다"며 "회사가 작정하고 감사인을 속이려 든다면 누구라도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 속아 당한 것이다. 어음할인까지 감사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너무 가혹한 것"이라며 "법정다툼을 통해서라도 철저하게 진실을 가려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의 한 세무대리인은 "회계장부를 교묘하게 작성한 경우 감사를 하더라도 조작한 부분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는 국내업체들의 감사기일이 특정 월에 집중돼 있다는 점과 결산기간이 하루 이틀에 불과하는 등 회계감사 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대리인은 "감사보수가 자유화된 이후 감사수임을 위한 경쟁의 격화로 감사수임료가 적정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여기에 보수의 덤핑 등으로 적절한 감사시간을 투입하지 못하는 것은 감사의 질적 수준을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무회계 업계의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부실감사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부실 감사를 한 감사인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