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과 물가상승 등 어려워진 대내외 경제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관련 세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서 자본이득세, 즉 양도세를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한승수 국무총리 초청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에서 "상속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상속받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납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 유지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는 특히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스웨덴, 홍콩 등이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미국도 폐지법안이 상원에 계류중인 점을 (우리 정부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해 최근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과 개선방안을 ▲상·증세 폐지 ▲원자재 개소세 폐지 ▲지방 미분양주택 구입시 중과세 면제 ▲한미FTA 시급한 비준 ▲규제개혁과 공직사회 변화 등 5가지로 압축해 건의했다.
손 회장은 상·증세 폐지문제에 이어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물가대책이 시급하다"며 "일례로 사치품 위주로 부과되는 것이 원칙인 개별소비세가 제조업에 사용되는 필수연료인 산업용 중유나 LNG 대해서도 부과되고 있는데 국내 중유가격이 미국, 대만, 독일 등에 비해 30%이상 높은 점을 감안해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지방주택투기지역 지정을 모두 해제해 대출규제가 완화되긴 했지만 12만호가 넘는 미분양 주택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어 지방건설업체들의 자금압박이 심각하다"며 "지방의 미분양주택을 구입할 경우 1가구2주택 중과세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아파트 전매제한을 폐지하는 등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FTA에 대해서도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돼 18대 국회를 상대로 정부의 동의안 절차와 상임위상정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선거가 끝나면 17대 국회 회기중에 마무리될 수 있게 동의안 처리에 속도를 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며 "공무원들은 조금만 문제의 소지가 있어도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법령을 경직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됐음에도 일선에서는 기업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 김정치 인천상의 회장, 이승기 광주상의 회장, 송인섭 대전상의 회장 등 지방상의 회장 14인과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신박제 NPX반도체 회장,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 이필승 풍림산업 사장 등 서울상의 회장단 7인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