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16일 접대부를 고용한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현장 조사요원들이 확보한 불명확한 확인서를 근거로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다가 뒤늦게 이를 되돌려 주었다고 밝혔다. '근거과세' 원칙을 조사공무원들이 위반했다는 점을 국세청 스스로 인정한 것.
국세청은 최근 심사결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접대부를 고용하고 있다는 불분명한 확인서만을 근거로 A세무서장이 심사청구인 B씨에게 결정·고지한 특별소비세(현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등 4억7000여만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심사청구를 제기한 B씨는 지난 1999년 주점을 개업, 운영하다 2005년 폐업했다. A세무서 조사요원들은 지난 2003년 유흥주점 실태파악을 위해 B씨의 사업장을 점검하고 당시 주점에 근무하던 지배인으로부터 '접대부 3명을 고용했다'는 확인서를 받아냈다.
A세무서는 이 확인서를 근거로 B씨의 주점을 과세유흥장소로 판단, 2000년1월부터 2004년6월까지 신고된 부가세 과세표준에서 특소세 과세표준을 역산해 2005년1월 특소세와 교육세 등을 합쳐 4억7000여만원을 결정·고지했다.
세금을 두들겨 맞은 B씨는 "세무서의 실태조사 당시 지배인이 조사요원이 백지에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해 서명을 해 줬는데 나중에 이 백지가 주점에서 접대부 3명을 고용한 것으로 둔갑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주점에서 여자 종업원 3명을 고용했으나 주방과 카운터, 홀서빙을 하는 종업원에 불과하고 접대부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B씨의 주장만 놓고 보면 조사요원들이 '거짓확인서'를 근거로 '유령 접대부'를 설정해 세금을 과세한 꼴.
국세청은 B씨가 제기한 심사청구를 심의한 끝에 과세가 잘못됐음을 인정, 자기시정을 통해 부과된 세금을 되돌려 주도록 했다.
국세청은 심사결정문을 통해 "2003년 연말정산 자료에 따르면 B씨가 여자 3명에 대해 원천징수를 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으며 쟁점 주점 규모를 감안할 때 B씨의 주장처럼 주방과 카운터, 홀 등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확인서 작성시 원천징수가 이뤄진 종업원 외의 접대부가 고용되었다면 이에 대한 인적사항과 근무기간 등을 기재했어야 한다"며 "단지 추상적인 문구로 확인된 현지확인일 현재 상황을 과거와 미래에까지 적용하여 쟁점 주점을 과세유흥장소로 본 것은 '근거과세'에 위반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