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세계적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는데다 외환당국이 환투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급 측면에서도 달러화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환율이 전고점인 1,030원선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환율 사흘연속 급등..990원대 =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달러당 6.00원 급등한 992.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이후 3거래일간 17원 이상 급등하면서 지난달 말 이후 처음으로 990원대로 상승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등세가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재개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19일 이후 지난 8일까지 1조5천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10일 이후 주식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5거래일간 약 1조5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파장이 금융시장에서 실물경제로 전이될 기미를 보이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외환당국자들이 잇따라 환율 하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점도 최근 환율 급등세에 일조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한 강연에서 금융기관 등을 겨냥해 "외환시장에 잘못된 세력이 있는데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고 투기세력이 있으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최중경 차관도 "투기세력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만 무모세력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대책없이 한 방향으로 간다는 점에서 투기세력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달러화 약세를 경계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제한되고 있는 점도 원화의 약세 전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고유가 등 변수..전고점 돌파 주목 =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의지가 강경한 만큼 환율이 단기간 내 1,000원선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의 의지를 간파한 역외세력과 수입업체 등이 환율의 추가 상승에 대비해 달러화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당국이 모든 경기지표 아래쪽 향해 가고 있지만 경상수지는 개선되고 있다고 한 것을 보면 환율 상승의 효과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환율이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약세를 추종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당국의 의지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강 장관이 "환율이 1천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서비스수지,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가 추세를 바꿔놨다"고 발언한 점을 근거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 모두 1,000원 부근에서 등락하는 붙박이 장세가 연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가와 무역적자 등으로 달러화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경우 전고점인 1,030원선을 넘어 1,060원대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6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국제유가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이달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환율이 물가 부담 등으로 당분간 90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겠지만 개발도상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 1,000원선 안착을 시도할 것"이라며 "당국이 매도개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전고점인 1,030원과 이후 저항선인 1,060원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