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등 지방균형발전 전략에 대한 궤도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16일 대전.충남지역에서는 공주.연기지역에 조성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의 축소 또는 백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초 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이전 예정 정부기관들의 축소로 어수선했던 행정도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의 재검토로 인해 다시 한번 위상이 흔들리는 시련을 맞게 됐다.
◇행정도시 어디까지 왔나
지난 2005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추진돼 온 행정도시는 오는 2030년 충남 연기군 및 공주시 일대 모두 297㎢(예정지역 73㎢, 주변지역 224㎢)에 중앙행정기능을 중심으로 복합기능을 갖춘 자족도시로 건설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기공식 이후 2010년 10월 입주를 목표로 연기군 남면 송원.나성리 일원(115만9천807㎡)에서 첫마을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2112년부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기 위한 중심행정타운 부지조성 공사가 남면 종촌리 일원(276만4천㎡)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와함께 남면 고정리 일원에 화장장을 비롯한 장묘단지(36만580㎡)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행정도시 건설에는 토지보상비 3조3천221억원, 지장물보상비 9천438억원 등 용지비 5조66억원과 조성비 9조원 등 모두 15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첫마을 사업지와 중심행정타운(공정률 7.5%)의 부지조성에 나선 상황이고 장묘단지는 곧 완성될 예정"이라며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이사해 빈집이 생길 경우 철거작업을 하는 등 일정에 맞춰 꾸준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혁신도시) 재검토說
공공기관 지방이전 재검토설의 핵심은 수도권을 제외한 충북.전북.경북 등 전국 10개 시.도에 이전하는 175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재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혁신도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해 재원마련과 기업유치, 주택분양계획, 인구유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의 경우 국방대와 경찰종합학교, 경찰대, 한국 중부발전, 한국 서부발전 등의 공공기관이 이전대상이다.
국토해양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보고서에는 행정도시와 관련된 내용은 빠졌지만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인 행정도시가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행정도시-대덕특구-충북 오송.오창을 연계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도시 계획이 일부 수정되거나 도시 기능 자체가 변질될 소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정가.시민단체 "거센 저항 있을 것"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 등은 행정도시가 재검토 등을 통해 축소되거나 백지화 될 경우 거센 저항이 있을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행정도시 예정지역인 충남 공주.연기의 국회의원인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는 "정부가 행정도시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전 대통령이 추진해 온 사업 중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사업이 있으면 공론에 붙이는 게 맞다.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혁신도시 및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전면 재검토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행정도시 건설의 전면 수정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포기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변경해 버린다면 다음 정권에서 현 정부의 '5+2 광역경제권'과 같은 구상도 같은 이유로 폐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폐기하거나 변경할 경우 지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기군에 거주하는 정모(33)씨는 "혁신도시와 행정도시의 재검토 및 백지화.축소 등은 법을 개정해야 할 사항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수가 넘으니 강행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있을 국론분열과 반발로 인한 고통이 엄청날 것"이라며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가 나온 뒤 지역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행정도시 계획대로 추진"
'혁신도시 재검토說의 불티가 행정도시로 튈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에도 차질없는 행정도시를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9월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해 "다 알다시피 난 행정도시가 여기 오는 것을 가장 반대한 사람 중 한명이었지만, 지금은 찬성.반대를 떠나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며 "행정도시 기능만 갖고 과연 50만 인구가 모여들 것인가, 다른 기능이 있어야 빠른 시간내에 발전할지 관심을 갖고 여기에 들렸다"고 말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여기까지 고속철로 얼마나 걸리느냐"면서 "공직자들이 출퇴근할까 걱정이다.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지난달 20일 충남도청을 찾아서도 "행정도시는 축소되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다. 그래서 청장과 본부장도 안바꾼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축소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충남도.건설청 "행정도시 되돌릴 수 없다"
행정도시 건설과 관련해 가장 밀접한 관계인 충남도와 행정도시건설청, 토지공사는 공통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했으니 결국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되돌릴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남궁영 충남도 행정도시지원본부장은 "정부기관이 내려 오는 행정도시와 일반 공공기관들이 입주하는 혁신도시는 차원이 다르다"며 "행정도시의 축소 또는 변질은 있을 수 없다. 대통령 공약사항인데다 지난달 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확인을 해준 사안이기 때문에 차질없이 추진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건설청 관계자는 "4조원 가까운 토지보상비를 지급하고, 주민들이 모두 이주한 마당에 행정도시를 백지화하면 이 땅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대통령이 경선.대선기간과 당선 후 '걱정하지말라.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여러차례 의지를 피력했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