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열리는 17대 마지막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의 정책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온 대형 정책들을 전면 재조정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서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정책의 일관성을 흔드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대립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회를 앞두고 신.구 정권에 기반한 정치세력들이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기선다툼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16일 정부가 참여정부 혁신도시 사업의 재조정을 검토중인 것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균형발전위원회의 지시로 국토연구원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 효과를 부풀린 엉터리 보고서를 채택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면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허구였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또 "공공기관 이전 도시의 조성 원가도 턱없이 높아 기업입주도 저조하고, 아파트도 대량 미분양 실태라고 하니 도시조성과 분양 또한 거품만 잔뜩 끼게 됐다"면서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관계직원 상당수가 지방 이주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나 혁신도시의 의미도 퇴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혁신도시 문제는 실리타산의 문제로 천착해서는 안된다"며 "국가행위는 필요하면 국가재정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는 건데, 혁신도시 문제는 파급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하고 "이명박 정권은 정책을 통한 보복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만과 독선의 극치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또 감세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 해법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본과 노동의 이동을 촉진시키려면 세금을 깎아주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대신에 새로운 세원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연말 세제개편을 통해 택시용 LPG 유류세 면제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인하를 추진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상속세, 법인세, 소득세 감면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소득세 1% 포인트를 감면하면 세수감소가 1조5천억원 정도가 되는데, 현재 세금을 안내는 사람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큰 효과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시국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한미 FTA 비준과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 등을 놓고도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처리가 안될 경우 국익에 심대한 해를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며 "단독으로라도 표결처리하겠다"고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의지를 분명히 했으나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FTA로 피해를 입는 국내 산업과 농업분야의 피해보상 대책,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한 이후 국회에서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조건부 찬성론을 밝혔다.
최 정책위의장은 특히 쇠고기 개방협상과 관련, "쇠고기를 전면개방하라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국민 건강과 타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이 한미 FTA 문제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쇠고기를 전면개방하라고 하는데, 둘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정책과 관련, 정부와 여당은 전국 초.중.고교에 우열반 편성과 0교시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민주당은 "부를 세습하려는 이명박정부 특권층의 폭거가 교육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최재성 원내대변인)"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