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유엔과 세계은행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토빈세'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엔과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뉴욕에서 특별 회동해 전세계 금융 거래에 0.01%의 '최소 세금'을 부과해 확보되는 자금으로 개도권의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선진국 경제계가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엔이 태스크포스 책임자로 임명한 필립 두스테-블래지 전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원자금 마련을 위해 모든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에도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금융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점과 관련해 최소한으로 과세하는 쪽으로 절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회동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의 스테판 슐마이스터는 이처럼 전세계 금융 거래에 최소세를 부과할 경우 한해 2천300억달러 가량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곡물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개도권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래지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지난 1970년대 외환 거래에 과세하는 이른바 토빈세를 제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토빈세가 외환 쪽만 타킷으로 하고 있는 반면 자신의 제안은 "외환 뿐 아니라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 모두에도 과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과세를 통해 특히 단기성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이중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블래지는 그러나 거래세 부과가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도 일부 공감한다면서 따라서 '최소한의 기부 개념'으로 과세하는 쪽으로 절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곧 이런 구상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확대 토빈세'를 도입하려는 유엔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벨기에와 프랑스 및 오스트리아 의회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블래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실물경제학계 일각과 금융인 및 투자자 사이에서 '이런 식의 과세가 과연 효과를 내겠느냐'는 회의감도 만만치 않다면서 따라서 향후 상충하는 이해를 조율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거래에 과세하는 방안은 70여 년 전 경제학자 존 케인스에 의해 주식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첫 제시된 후 토빈도 외환 시장에 대한 유사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금융시장의 반발이 워낙 거세 논의가 사실상 중단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