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세액 1128억원 포탈
삼성 이건희 회장이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추징 당할 운명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삼성 특검에 의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필요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명백하게 세금을 탈루한 셈이 됐기 때문에 이 회장 개인에 대한 거액의 세금 추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특검팀(조준웅 특별검사)은 17일 오후 2시 99일 동안 진행한 삼성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회장을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이 회장, 양도소득세 1128억원 포탈= 특검팀에 따르면 이 회장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 1199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의 주식을 매매해 얻은 5600억여원의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 1128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더불어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 실무결재 라인에 근무했던 이학수, 김인주, 최광해씨 등도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회장은 1199개 차명계좌를 통한 계열사 주식매매로 차익을 얻어 2000년 13억여원, 2001년 24억여원, 2002년 94억여원, 2003년 118억여원, 2004년 121억여원, 2005년 386억여원, 2006년 369억여원의 양도세를 포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득세법상 상장주식의 경우 주식을 3%이상 보유하거나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대주주의 경우 주식 양도로 얻은 양도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는 이 같은 요건을 채우지 않더라도 양도차익에 대한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회장의 경우 차명계좌를 통해 상장사(삼성전자 등)와 비상장사(삼성화재 등)의 주식을 거래해 차익을 남겼기 때문에 양도세 과세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
그러나 이 회장은 이를 차명계좌를 통해 분산, 대주주 요건을 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양도세를 포탈했고 이는 명백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설명이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이에 대해 "차명명의자는 모두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이어서 은닉의 효과가 현저해질 뿐만 아니라 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세의 경우 납세의무자는 대주주인데 계좌가 분산, 각 차명계좌 명의자의 보유주식 만으로는 대주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되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 이 회장, 거액 세금 추징 불가피= 현행 법상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에 의한 매매차익 발생시 차명계좌라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질 경우 양도소득세는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실질적인 '수익자(이건희 회장)'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 수사결과 주식을 매매해 얻은 차익의 실질적 수익자는 명의수탁자들이 아닌 명의위탁자인 이건희 회장이 되기 때문에 이 회장 명의로 세금고지서가 날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세청은 특검팀에서 관련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법리검토 작업을 진행한 뒤 조세포탈 여부를 재확인, 포탈세액에 대한 가산세 등을 재계산해 추징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추징세액을 계산하기 어렵지만 가산세 등을 포함하면 특검팀이 밝혀낸 포탈세액 1128억원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추징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세무조사 가능성은 없나?= 이 회장의 조세포탈에 대한 국세청의 추가적인 세무조사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일사부재리 원칙을 적용할 경우 세무조사 자체는 불가능하지만 법리검토 과정에서 중대하고 명백한 세금탈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거나 불분명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추가적인 세무조사는 가능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
추가적인 세무조사가 진행될 경우 최악의 경우 조세범처벌법 적용에 따른 추가 기소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범처벌법 적용과 관련한 고발권은 국세청이 쥐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의 검찰 고발이 이뤄질 경우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단은 특검팀 수사결과를 넘겨 받아 법리검토를 진행한 뒤 결정할 문제"라며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사실이 추가로 발견될 경우 세무조사 착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이름' 빌려준 삼성 전.현직 임원들 증여세 과세되나= 이 밖에도 이 회장의 차명재산 관리를 위해 명의를 빌려준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 가능성도 있다.
현행 법상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납세의무자가 되기 때문에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명의를 빌려준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도 증여세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일반적 경우 10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경우 15년)내에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세금부과가 가능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