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은행 인수…허용 가능
PEF 허용-"국내 은행 투자 확대한다"
PEF 불허-"경영권 지배가 PEF 특징"
24일 은행연합회에서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금산분리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정책심포지엄에서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산분리 정책을 놓고 뜨거운 찬반 의견이 오갔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를 크게 ▲PEF,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 완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의 상향 조정 ▲법률의 사전적·획일적 보유한도 폐지 및 해외 선진국 수준의 사후 감독강화 등 세 단계로 나눠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중 첫 번째단계인 PEF,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 완화는 금년 내로 추진될 예정이며, 상황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상향 조정도 함께 추진된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남주하·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금산분리의 정책 방향은 급변하는 금융의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았다"며 "금산분리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기존의 은행 대주주에 관한 규제와 감독제도의 보완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금산분리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이들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정의가 2조원 이상의 제조업체의 자산을 보유한 연기금이나 펀드의 경우를 의미해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급속히 증가하는 금융자산 규모를 감안해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조원 이상의 비금융기업을 소유한 연기금 등은 비금융주력자로 분류해 은행 주식소유(의결권 있는 지분율 4%이상 소유 금지)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며 이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 연기금이 연기금 등의 비금융주력자 적용을 폐지해 10%까지 은행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관치금융이 우려되므로 은행경영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PEF에 관해서는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10%까지 늘리게 되면 국내외 산업자본이 국내 은행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별도의 GP(General Partner)가 펀드를 관리하므로 LP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 없으며 GP와 LP간의 견제로 우려했던 사금고화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 다는 것이 이유.
반면 주제발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또는 폐지의 실질적인 이유는 산업은행 및 우리은행의 민영화와 관련된 것"이라며 "굳이 민영화를 추진해야 할 경우 검토 가능한 대안은 국민연금의 인수를 허용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지 않으면 외국자본에 은행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가 등장하게 됐다는 것.
전 교수는 "국민연금은 재벌의 직접적인 장악에서 자유롭고 자금운용이 독립적"이라며 "단 은행 소유를 허용할 경우 자금운용본부 내에 산업자본 운용부서와 은행 소유 부서를 철저하게 격리하는 지배구조상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 교수는 금융위의 제1단계에 포함된 은행인수 가능 주체 중 기금이나 PEF 방식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혀 남주하·이인실 교수와 뜻을 달리했다.
전 교수는 "PEF는 자금 출처 확인이 어렵고 일정 기간 후 투자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성격상 장기투자가 어렵다"며 "단기 보유 후 투자이익 환수와 경영권 지배는 PEF의 특징이다"고 밝혔다.
이어 전 교수는 "PEF가 은행 주식을 소유할 때 재무적 투자자로 한정한다는 것은 PEF의 본질과 괴리될 뿐만 아니라 현행 규제체계의 취지와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PEF는 기본적으로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일정기간(통상 5년~10년) 보유하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이를 높은 가격에 재매각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전 교수는 "기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직접 참가하는 방식도 허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