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부동산세제는 부동산가격급등의 광풍 속에서 다급하게 정책을 남발해 주택 등 부동산이 거주목적 등 필수재화로서의 측면이 너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부동산을 투기수단이 아닌 생활의 필수재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현행 부동산세제는 취득, 보유, 양도의 단계별로 일관된 논리가 없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
경북대 이동식 교수는 2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부동산은 투기대상이기도 하지만 생활의 중요한 필수재화라는 상반된 관점을 갖고 있다"며 "현행 세제는 투기적 측면만 강조돼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이라는 부동산 자체를 헌법이 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를 위한 필수적 재산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부동산세제 전반에 걸쳐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동식 교수가 바라보는 부동산세제의 출발점이다.
이 교수는 이날 현행 부동산세제의 문제점을 주거용 주택의 취득, 보유, 양도 등에서 단계적으로 지적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우자에게 무상이전 증여세 과세는 부당"
주거용 주택의 취득단계 과세와 관련 이 교수는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공유재산인 주택 소유권을 배우자 일방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1세대1주택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땐 거주이전의 자유를 위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다가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등록세를 내도록 한 것도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득·등록세 부과로 양도차익비과세 취지가 달성되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이 교수는 "1세대1주택자가 거주이전을 목적으로 추가로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일정한 범위에서 취득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주거용 주택의 보유단계 과세와 관련해선 "납세자가 실제 자신의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의 헌법적 의미를 고려해 다른 종류의 재산과 달리 보유세부담을 감경하거나 면제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택은 다른 재산보다는 재산세부과에서 유리한 면이 있지만 이런 취급은 그 주택이 1세대1주택인지 소유자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객관적인 건물의 용도만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구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1세대 1주택 기준 너무 엄격하게 해석"
양도단계 과세와 관련해서도 이 교수는 "1세대1주택 양도차익비과세제도의 원래 취지인 '주거의 안정과 거주이전의 자유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실제 거주여부가 비과세인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직장·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부득이 1세대가 2주택을 갖는 경우도 모두 1세대2주택으로 보고 50%의 단일세율로 중과세를 하는 등 1세대 1주택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직장·자녀교육을 위해 제2주택을 유지해야 하는 장소에 충분하고 적정한 임대주택이 제공되는 경우에는 굳이 제2주택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한 제도보장 없이 모든 2주택 취득을 투기목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1세대1주택 비과세제도 조세전문가 아니면 몰라"
이와 함께 1세대1주택 비과세제도의 지나친 복잡함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1세대1주택 특례제도가 너무나 복잡해 소수의 조세전문가 이외에는 그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제가 복잡해 단순히 거래를 몇 달 내지는 몇 일 늦게 하거나, 아니면 보유한 2개의 주택 중 무엇을 우선적으로 처분하는가에 따라 엄청난 세금부담의 차이를 초래하는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이 교수는 "단순하게 주거용 주택을 취득해 실제 자신의 주거용도로 사용하고 있고 그러한 주택을 일정 기간 경과 후 처분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모두 양도차익비과세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문제의 특수성과 거주용 주택에 대한 양도차익비과세규정의 취지를 고려, 그 차익으로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만 혜택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