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감사에서 밝혀..."독점적 지위 이용한 전국적 현상"
한국전력이 불합리한 이용 약관을 만들고 그나마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기업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 정부 감사에서 제기됐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등 7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합동 감사반은 최근 광주시에 대해 실시한 감사에서 한전이 광주지역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로부터 수백만원씩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을 밝혀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전은 산단 입주 업체들과 전기공급설비 설치 계약을 맺으면서 전력 수급지점까지 설비를 설치하는 데 드는 공사비를 받고도 산단 단지내 배전시설에서 업체 사이의 송전설비 설치비를 따로 부담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산단 입주 업체에 대한 전력 공급은 단지 외부 변압기→단지 경계→단지 내 배전시설→전력 수급지점(전기 사용 장소) 순으로 이뤄진다.
한전은 이 가운데 단지 내 배전시설에서 전력 수급지점에 이르는 인입(引入) 공급설비를 설치하고 업체들로부터 `표준 공사비'를 받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표준공사비를 받고도 이를 설치해주지 않아 업체들이 다시 돈을 들여 설치토록 했다는 게 감사반의 지적이다.
감사반은 지중화 설비의 경우 표준공사비가 1㎾에 3만6천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전이 이 같은 방법으로 챙긴 금액이 업체당 300만∼800만원씩이며, 이번 감사에서 피해 금액이 확인된 업체 15곳을 합하면 7천4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전이 업체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데는 복잡한 약관과 독점 기업인 한전의 우월적 지위가 작용한 것으로 감사반은 파악했다.
약관에는 한전이 표준공사비를 받고 수급지점까지 책임지되 구체적인 지점은 해당 업체와 협의토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협의 과정이 생략된 채 약관 규정을 임의대로 해석, 단지내 배전시설까지만 한전이 책임지도록 불공정 계약이 맺어져 왔다고 감사반은 설명했다.
게다가 설치 공사를 대행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서도 표준공사비를 지급한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처럼 계약서를 꾸미는가 하면 아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가 감사가 시작되자 계약서를 급조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감사반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한전의 이 같은 그릇된 관행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업계의 증언이 잇따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한편 지식경제부에 사실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