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보대출 손배소' 원심 확정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제일은행 등 3개 금융기관이 "허위 재무제표를 믿고 한보철강에 거액을 대출해 줬다가 손해를 봤다"며 한보철강 전 감사 이모씨와 김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분식회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와 피고들이 감사로서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며 "회사로 하여금 분식된 재무제표 등을 이용해 거래 상대방인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하거나 방치한 경우 감사는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은 한보철강의 1994 및 1995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초로 한보철강에 대출을 해주거나 사채 지급보증 계약을 맺었다가 한보측 부도로 인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사채 원리금을 대신 변제해 주느라 3천98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
같은 경위로 서울보증은 436억여원을, 파산한 한국산업증권은 65억여원을 손실로 떠안았다.
이들 회사는 이후 정태수 회장 부자와 당시 한보철강 대표, 이사, 감사 등 6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제일은행에게 정 회장 부자와 김씨ㆍ이씨 등 5명이 함께 10억원을, 서울보증에게 5명이 함께 10억1천100만원을, 파산자 한국산업증권측에 5명이 함께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금융기관들이 거짓 재무제표를 기초로 하더라도 거액의 대출 또는 지급보증은 적절하지 않은데도 막연히 계약 등을 맺은 과실이 있고, 임원들의 직위와 재직 기간, 분식회계 관여정도 등을 감안할 때 감사들의 책임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 각 회사에 대한 배상액을 수천만∼수억원씩 감액했다.
감사들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