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날까, 아니면 국세청과 사정당국 등 정ㆍ관계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형사처벌될 것인가.
해운업체 S사의 로비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목을 받고 있는 회사 임원이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돼 지지부진하던 로비 의혹 수사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갑근 부장검사)는 이 회사 재정담당 김모 전무를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하면서 그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이 회사가 국세청과 검찰의 세무조사 및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 청와대, 사정당국 공직자에게 수십억대 로비를 펼쳤느냐는 의혹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의혹은 정상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옛 사위이자 이 회사 이사였던 이모(구속기소)씨 등이 제기한 것으로, 대부분 이씨가 "(이번에 구속된) 김씨가 로비를 담당했다"고 주장하며 내놓은 `로비 리스트'에 의해 확대재생산됐었다.
이씨가 회사 측에 "국세청 세무조사 및 검ㆍ경 수사를 무마해줄테니 지분 20%를 달라"며 제안해 사외이사로 고용됐으나 결과적으로 지분 확보에 실패하자 지난해말 검찰에 회사 임원을 고발하면서 로비 내역 등을 제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스트에는 자신이 직접 1억원을 현금으로 건넸다는 장인 뿐 아니라 김씨가 당시 조사 라인에 있던 국세청 중견 간부들에게 2천만~5천만원을 직접 줬고 고위직 인사에게는 국무총리실에 파견돼 있던 경찰관을 통해 3천만원을 제공했다는 등 모두 10여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광재 통합민주당 의원의 부인과 국세청 전 고위간부 L씨 등을 직접 불러 조사했으나 이들이 한결같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는 바람에 실제 돈이 건네졌는지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검찰은 따라서 김씨의 구속으로 이씨가 전언한 본인의 로비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증거를 제시해 로비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김씨가 그러나 검찰 조사 등에서 로비 의혹을 부인한 것은 물론 본인이 이씨 등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그를 통해 추가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공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 10일 영장심사에서도 빼돌린 자금 등의 용도가 `로비용'이 아니라 `보수 지급용'이라고 주장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 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여러 의혹을 집중 추궁한 뒤 이달 말께 그를 구속기소하면서 S해운의 로비 의혹 수사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