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청문회가 열린 13일 "쇠고기 재협상과 수입조건에 관한 장관 고시가 연기돼야 한미 FTA 처리가 가능하다"며 연계 방침을 고수했다.
야권은 정부가 미국 정부 연방관보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완화'를 '강화'로 오역한 데 대해 "한심한 일"이라고 비난하고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완화로 협상의 중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 확인된 만큼 당연히 재협상을 미국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이날 통외통위 청문회에서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전면에 제기했고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총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당직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쇠고기 협상 장관고시 유예 및 재협상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손학규 대표는 대회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한미 FTA를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국민건강을 내팽개치는 협상 아닌 협상을 해놓고 FTA를 (비준)해달라는 후안무치한 자세는 국민을 회사직원 정도로 알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영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가 공수표임이 드러났다. 이것은 '강화'가 아니라 완전한 '해금' 조치"라며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서 '미국의 사료금지 조치는 완화된 것이 아니라 강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정부는 영문을 오역하더니 한나라당은 한글 해석도 안 되는 것이냐.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을, 한나라당은 국어몰입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선(先) 쇠고기 재협상, 후(後) 한미FTA 논의' 방침을 재확인했고, 강기갑 의원은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을 수입 허용하고 광우병 발생시 유통 및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 수입협정은 이 대통령의 미국방문시 '캠프데이비드 숙박료'였다는 것이 국민의 상식"이라며 ▲즉각적인 재협상 ▲15일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유보 ▲주무장관을 비롯한 정무적, 실무적 책임자 경질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3불(不) 서명'에 동참한 43만명의 서명을 총리실에 전달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노당 등 야3당은 14일 오전 각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인 연석회의'를 가진 뒤 장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재협상 촉구결의안 채택,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헌법소원 제출 방안에 대해서는 선진당측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합의 여부가 불투명하다.
야권은 또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국민건강 보호에 두겠다는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한 데 대해 "확대해석으로 국민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임기응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가트(GATT)의 일반적 조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정도"라며 "이 대통령 말씀처럼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양국간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실질적인 효력을 갖는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며 한미간 쇠고기 합의문 요록, 정부간 전통문 등 관련서류 일체의 공개를 요구했다.
야권은 또 정부 점검단이 미국에 파견된 데 대해서도 "미국내 도축장에 안전확인증을 끊어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즉시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