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대안론도..정몽준, 인기 앞세워 꾸준한 행보
지도부 개편을 앞둔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차기 당권과 원내대표를 노리는 당내 핵심인사들의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설이 들려온다.
한동안 여권 주류내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던 당 대표-원내대표 카드는 박희태-홍준표 의원이었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당내 중진.원로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합형 당 대표-실무형 수도권 원내대표'의 조합이다.
여권 핵심부가 김형오 국회의장-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조합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설이 힘을 얻어온 게 사실.
박희태 대표론은 박근혜 전 대표가 사실상 대표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주류측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염두에 뒀던 정몽준 의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진 데 대한 반작용의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류측에선 '안상수 당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가 입소문을 타고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관리형 수도권 당 대표-화합형 영남 원내대표'라는 평가다.
때마침 여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이 지리산 은둔생활을 정리하고 귀경한 것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안상수-정의화 카드를 들이민 것이 이 의원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그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안상수-정의화 카드를 들고 나온 주체는 수도권 소장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의원과 당선자들은 박희태 의원이 고령, 낙천자, 민정계라는 점을 들어 '당의 얼굴'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하면서 '수도권 대표론'을 이 의원에게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누군가 희생시켜야 하니까 나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안상수-정의화 카드와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내에서는 아직까지 안상수-정의화 카드가 박희태-홍준표 카드를 밀어낼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준표 의원은 18일 여의도당사에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임태희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원내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한다.
다만 여권 내부가 권력의 구심점을 찾기 힘든 어수선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박희태-홍준표 카드로 정리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김형오 의원을 차기 대표감으로 거론하는 '김형오 대안론'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안상수, 김형오 의원은 2~3일내 회동을 갖고 전반기 국회의장과 차기 대표직 등을 놓고 조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소외되는 듯 했던 정몽준 의원은 차기 대표직을 향해 여전히 꾸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세력기반은 다소 밀리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R&R'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최근 충북도당 주요당직자들을 만나 "7월 전대에 영향력있는 분들이 모두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언론인터뷰에서는 박 전 대표의 경선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박 전 대표의 경선 출마를 요구한 것을 놓고 '박근혜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자신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자 국면반전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정 의원이 결국 당권 도전을 포기하는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 측은 "영향력있고 책임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전대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일 뿐 유불리를 따진 얘기가 아니다"라며 "정 의원은 끝까지 공정한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