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한 휴가비 퍼주고, 통근비 부활하고, 업무추진비는 유흥주점에서
감사원 발표-산업은행·토공·신보, 기은 등 공기업 방만경영 백태
주5일 근무제에 맞춰 연간 유급휴가를 최대 25일로 제한하고 월차휴가(12일)를 폐지키로 자체규정을 바꾸어 놓고도, 주5일 근무제 시행 이전 입사자들은 유급휴가 축소일수 및 월차휴가 폐지일수를 전액 보상함으로써 지난 4년 간 142억원을 퍼준 한국산업은행.
지난 2000년 기본급에 통합하며 폐지된 통근비를 2005년 노사합의로 다시 부활키로 하고 인건비 예산승인을 신청, 재경부가 이를 승인하지도 않았는데도 전 직원에게 지난 2년간 81억7000만원이나 부당하게 집행한 중소기업은행.
이사장 등 임원5명이 총 54회에 걸쳐 백화점 상품권 407매(4070만원 상당)를 구입한 뒤 84매를 깡으로 할인해 현금화한 790만원 그리고 상품권 323매를 어디에 썼는지 모르고, 유흥주점에서 158회에 걸쳐 모두 5159만원을 부당하게 업무추진비로 쓴 기술신용보증기금.
22일 감사원이 밝힌 31개 공공기관 감사결과 중간발표에 담긴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에서 다수 발견됐다는 예산의 편법·부당 사용사례의 일부다.
감사원 감사에서 공공기관들이 편법·부당하게 쓴 돈으로 확인된 규모는 1조원이 넘었다. 예상됐던 대로 편법 인건비성 경비가 3300여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회사 부당지원 2600여억원 ▲편법 복리후생비 1400여억원 ▲계약업무 부당 1000여억원 ▲외부감독 회피 900여억원) ▲기강해이 등 800여억원 등이었다.
역시 '신의 직장'이라는 이야기가 틀린말은 아니었다.
■ 회사야 손실이 나든 인건비는 무조건 올려야지
감사원에 따르면 1단계 감사결과 2004년 이후 설립된 인천항만공사 등 3개 기관을 제외한 28개 공공기관의 직원 1인당 총인건비는 2003년 4882만원에서 2007년 6411만원으로 31.3% 올라 연평균 7.0%씩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노동부의 '기업체 노동비용조사' 통계결과에 드러난 2006년 상용근로자 1000명 이상인 대기업보다 19.4%, 중소기업보다는 무려 2배 이상인 104.6% 높은 수치.
감사원은 "지난 5년간 1인당 부가가치는 6.3% 증가한 반면, 성과급은 561만원에서 1125만원으로 2배로 증가했다"며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은 2004년 이후 1인당 부가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데도 오히려 성과급은 매년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특히 작년 말 연봉제 적용 대상을 4급 이하 직원으로 확대하면서 기본급과 기본상여금 외에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가족수당(10만원), 시간외 근무수당(12시간)까지 일률적으로 기본연봉에 편입, 작년에만 인건비·퇴직급여충당금 등으로 91억여원을 더 썼다.
한국감정원도 자가운전보조비, 자기계발비 등 총인건비 산정시 포함해야 할 급여성 복리후생비 148억원을 누락한 채 인건비 인상률을 산정, 지난 3년간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2%의 두 배가 넘는 인건비를 편법 인상했다는 것.
특히 한국토지공사는 토지 판매에 소요되는 고객접대비 등 명목의 판매촉진비로 작년 말 임직원 2755명에게 각각 130만원씩, 기간제 직원 291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주는 등 모두 37억원을 일괄 지급하는 등 지난 4년간 89억원을 실적과 관계없이 부당 지급했다.
■ 관리자 많아야 경영 잘하나
감사원에 따르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지난 5년간 임원이 8명에서 16명으로 2배 늘어나는 등 금융업과 건설·물류업 관련 공공기관에서 상위직급 구성비가 29% 수준을 차지하는 등 과다한 상위직 위주의 인력이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임원정원을 지난 2006년말까지는 8명으로 해놓고 7명의 임원으로 운영해오다, 작년 말에는 언제라도 채울 수 있는 임원정원을 16명으로 두 배 늘려 실제 임원도 내부임원 7명과 외부임원 6명 등 13명으로 크게 늘렸다.
대한주택공사는 신도시 건설과 국민임대주택 건설 확대 등에 따른 인력 부족을 사유로 1·2급 정원 74명을 증원 받았으나 고령자 83명을 전문업무직으로 전환하는 등 전문업무직 제도를 내부 직원들의 인사적체 해소수단으로 악용했다.
특히 중소기업은행은 감사원으로부터 임원 유사직급인 이사대우를 필요 최소한으로 운용하도록 통보를 받고도 이를 무시, 이사대우와는 별도로 '주요 직무보직자제도'를 은행장 전결로 신설해 매년 5∼6명 가량의 준 임원을 편법 운용했다.
이와 함께 신용보증기금은 작년 12월 신규직원 합격자 32명 가운데 2명의 입사포기자가 발생하자 1명만 예비합격 1번을 정당하게 합격시키고, 나머지 1명은 마치 앞선 4명이 입사를 포기한 것으로 채용서류를 꾸며 추가 합격시켰다가 감사원에 의해 수사의뢰를 당했다.
■ 며느리도 모르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 및 에너지 업종 관련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가 다른 기관에 비해 2∼3배 높았고, 한전·기업은행 등 6개 공공기관이 61%를 차지하는 등 기관별로 편차가 컸다.
특히 기관장의 연간 업무추진비도 산업은행(9100만원), 증권예탁결제원(6700만원) 등 금융공기업이 평균 5천만원으로 다른 부문 보다 높았다는 것.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이사장 등 임원 5명은 업무추진비와 광고선전비 명목으로 9229만원을 쓰면서 총54회에 걸쳐 백화점 상품권 407매(4070만원)를 구입, 이 중 84매를 할인해 현금화한 790만원과 상품권 323매를 용도 불명하게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클린카드제 시행으로 사용할 수 없는 유흥주점에서 총158회에 걸쳐 5159만여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지불시스템을 도입해 전자카드 사용을 촉진하면서 고속도로카드 사용은 억제·폐지하기로 하고서도 고속도로카드 판매장려금으로 지난 5년간 100억원 넘게 쓴 사실이 감사원에 걸렸다.
■ 끼리끼리 생존에 혈세만 축나고…자회사 운영실태
감사원이 31개 공공기관의 65개 자회사 중 46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자산은 53조원에서 76조로, 매출은 23조에서 35조원으로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5.8%에서 10.1%로 부채비율은 102%에서 126%로 상승하는 등 경영성과는 저하됐다.
감사원은 "주택관리공단은 직원 2117명 중 46%인 967명이 모회사인 대한주택공사 퇴직자로 구성되고, 매출액의 98%가 모회사와의 거래"라며 "대부분 자회사가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자회사는 모회사 의존경영을 하는 등 상호 공생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시설에 대한 전기 등 에너지를 값싸게 공급받을 목적으로 인천공항에너지(주)에 180억원에 출자했지만, 오히려 한전 전기요금(72.04/kWh) 보다 44.94원 비싼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지난 7년간 총 691억원을 추가 부담했다는 것.
특히 이 출자회사는 공항시설 전기공급량 중 일부 전기를 한전에서 싼값에 구입하고서 이를 모회사에 비싸게 되팔아 지난 7년간 16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자회사는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며 "작년 말 자본금 523억원 중 79%인 413억원 가량의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 생산·공급설비 정비 업무를 분리해 설립한 (주)한국가스기술공사는 설립목적에 맞지 않고 민간영역과 중복되는 충전소 건설, 집단에너지 설비 건설 등 6개 사업에 뛰어들어 손실만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
대한주택공사가 임대주택의 유지·보수·관리 목적으로 설립한 주택관리공단(주) 직원 2117명 중 46%, 특히 3급 이상 상위직의 95%는 대한주택공사의 퇴직자들로 구성된 상황.
대한주택공사는 이 회사가 신규 위탁물량 감소 등으로 2년 간 적자(△24억원)가 발생하게 되자, 오히려 납입자본금을 증액(50→70억원)해 줬을 뿐만 아니라 감독기관의 개선방안과는 정반대로 신규 임대주택 관리량(5만호)을 추가 지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