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변호사, 자동자격부여자 세무사 명칭사용 제한은 합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거나 회계사시험에 합격해 회계사가 되면 세무사자격도 동시에 취득하게 되지만 비록 자격은 취득하더라도 '세무사'라는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는 '세무사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목영준 재판관)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 중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만 세무사등록과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세무사법이 위헌이라는 박某 변호사의 위헌확인청구를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박某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 지난 2007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하고 동시에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자격도 취득했지만 세무사법에는 세무사 자격자 중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세무사등록을 할 수 있고, 세무사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무사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직업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작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세무사법은 국가가 부여한 '세무사'라는 명칭의 공신력을 제고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과 그 외 세무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무서비스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음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며 방법도 적정하다"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세무사와 변호사는 그 자격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에서 많은 차이가 나고, 변호사 자격시험인 사법시험 과목에는 세무사자격시험에서 중요한 검증요건으로 삼고 있는 회계학 등 비법률 과목이 전혀 없으며, 조세법마저도 1차 시험의 선택과목 중 하나로 돼 있을 뿐이다"며 그 차이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소비자는 세무대리업무의 주요부분이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인지 아니면 세법의 해석과 적용을 전제로 하는 법률적 업무인지를 판단한 후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해서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격의 명칭을 보다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세무사법 조항이 금지하는 것은 '세무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으로 '세무관리사', '세무회계관리사'와 같이 동격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명칭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 일뿐, 변호사가 취급하는 업무의 종류인 '세무', '세무대리', '조세'라고 표기하는 것까지 불허하는 것은 아니므로 굳이 청구인이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소비자에게 세무대리업무를 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다"고 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평등권의 침해여부에 대해서도 "사법시험과 세무사시험의 과목차이가 전문성을 포섭하거나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 전문성에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회계학, 재정학, 세무회계 등 비법률과목에 대한 전문성의 차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9명 중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들은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간에 업무능력 및 자질면에서 격차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 자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추도록 세무과목에 대한 연수나 교육을 제공하는 등 법에서 정한 자동자격부여가 조화될 수 있도록 입법목적을 달성해야지, 자격은 부여하고 명칭사용만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자격은 부여하고 명칭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전문자격사로서의 직업수행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격소지의 의미자체도 상실시키는 결과이며 자격소지자에게 당연히 허용돼야 할 자격명칭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헌법상 비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