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2개 세무서 신설 추진-관련 예산 확보
정부 조직 슬림화 여파 떠밀려 '도로아미타불'
국세청이 지난 해부터 공들여 추진해 왔던 세무서 신설(분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정부' 원칙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슬림화'라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세청은 지난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벌이고 세무서 신설 및 관련 예산까지 확보하고 최종 승인(직제개정안 의결) 과정만 남겨놓은 상태였다는 측면에서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격이 됐다.
5일 행안부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 조직 운영과 관련한 조율권을 가지고 있는 행안부는 지난 4월 말경 국세청이 추진해 온 세무서 신설과 관련해 '세무서 신설을 불인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선 국세청 세무서 신설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한 공문을 지난 4월 국세청에 발송했다"며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국세청 조직진단 결과 세무서 신설에 대한 긍정적 검토안이 마련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2009년 시행될 예정인 EITC(근로장려세제)시행에 따른 인력충원 등 조직확대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20개의 세무서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관계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숫자가 줄어 12개의 세무서를 늘리는 것으로 확정됐고 당시 기획예산처로부터 청사 임대비용 등 280억여원의 예산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당초 국세청은 서울청 관내 5개 세무서(은평·관악·광진·중랑·잠실), 중부청 관내 5개 세무서(김포·소사·분당·동두천·일산), 대전청 관내 1개 세무서(동대전), 부산청 관내 1개 세무서(해운대)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다만 세무서 신설과 관련한 직제개정안 승인은 새 정부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직제개정안 처리를 미뤄둔 것이 '화근'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조직축소를 골자로 한 개편작업이 진행됐기 때문.
결국 이 같은 범정부 차원의 조직축소 '바람'을 피하지 못해 1년 동안 공들인 작업이 현재로서는 회생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상태까지 전락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행안부에서 불인정 통보를 받았다"며 "현 단계에서는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를 언급하기에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무서 신설이 현 시점에서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국세청이 확보한 280억여원의 예산은 불용예산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전국에는 107개의 세무서가 분산, 배치되어 있다.
전국 세무서 개수는 지난 1997년 136개가 운용된 이후 DJ정권 시절인 지난 1999년 99개로 대폭 감축됐다가 참여정부 때 용인세무서 등 8개가 증설, 현재에 이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