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현금을 풀기로 했지만 수혜 계층을 선정하는 기준이 적절치 않아 돈이 가야 할 곳에 가지 않고 가지 않아도 될 곳에 간다는 지적이다.
◇ 홑벌이 가구는 외면
연간 3천만원씩의 근로소득을 벌어들이는 A씨와 그의 아내는 아직 자녀가 없다. 이들 부부는 정부 대책에 따라 근로자 유가환급금으로 24만원씩을 받게 된다. 2인 가구인 이들 부부는 연간 6천만원의 소득을 벌어들이면서 48만원의 유가환급금을 받는다. 이들 부부는 둘 다 근로를 제공하고 있고 총급여가 3천만원 이하여서 24만원 지급대상이다.
이에 비해 연 3천700만원을 벌어들이는 B씨의 경우 아내가 전업주부이고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B씨의 경우 유가환급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B씨는 총급여 3천600만원 이상이어서 유가환급금 지급 대상이 아니고 아내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환급금을 받을 수 없다.
4인 가구인 이들 부부는 연간소득은 A씨 부부의 절반을 조금 넘고 부양가족도 많지만 유가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유가 환급금이 가구별이 아닌 사람수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정부의 대책대로라면 맞벌이 가구보다 홑벌이 가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총급여가 기준이 될 뿐 재산상태나 부양가족 수도 고려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생계비 보조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계층에 대해 세금을 돌려주자는 것"이라며 "직업이 있는 사람과 전업주부는 보통 이동거리에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유가 상승에 대해 낸 세금 규모도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중복지원.형평성도 문제
중복지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유류비 부담 증가분의 50% 수준인 약 2만원을 유가보조금으로 받고 근로자 유가환급금도 24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경차를 소유한 영세 사업자의 경우 10만원 상당의 경차 보조금을 받고 유가환급금 24만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이는 특정 계층에 대해 과도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논란의 소지가 된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복지원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디자인 했지만 그런 계층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 중복 지원은 소수 계층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모순에 대해서는 "소득세는 내지 않았더라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냈으니 환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광범위 계층에 '푼돈' 실효성 있나
이번 대책에 동원되는 재원은 총 10조5천억원으로 사상 초유의 규모다. 지원 대상도 엄청나다. 유가환급금만 해도 저소득층 근로자 980명, 영세자영업자 400만명 등 1천380만명에 달한다. 전체 자영업자 및 근로자의 약 80%를 포함한다.
유가보조금 등 다른 혜택을 입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불어난다. 한정된 재원으로 대상을 넓히다 보니 개인에게 나가는 지원금은 1년에 6만~24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이 유가에 타격을 입는 서민층의 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계층의 범위를 줄여 해당 계층에 대한 지원 규모를 늘려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 유가로 인해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완화하자는 차원"이라며 "생활비 보조가 아닌 만큼 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일정부분 줄여주는 정도의 지원규모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