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2001년 회사정리절차를 밟던 A건설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인수자금 670억원을 마련해 A사를 인수한 김모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자신의 자본을 전혀 투입하지 않은 채 서류상의 회사를 내세워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도급순위 51위의 A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A사의 주요 자산을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A사에게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계획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졌고 배임 액수가 670억원에 이르며 김씨가 취득한 이익도 상당하다고 추정된다. 이런 행위는 인수 대상 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사회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제재가 필요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사가 실제 재산상 손해을 보지 않고 회사정리절차에서 벗어난데다 대출금 상당액이 회사 채무변제 등에 사용된 점, 표면적으로 회사 순자산가치가 늘고 도급순위가 높아지는 등 결국 회사에 이익으로 작용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재판부는 "당시 LBO방식에 의한 기업 인수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아 김씨가 위법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3년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 및 벌금 50억원의 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대출금 670억원이 모두 인수 대상 기업의 빚을 갚는데 사용되는 등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