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누가누가 옷을 벗는다더라', '누가누가 서기관 승진 1·2순위라고 하더라'는 식의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너무도 조용합니다. 물론 명예퇴직자 소식은 있습니다.
한상률 국세청장의 '명퇴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이임락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4과장, 진판점 창원세무서장 등 2명은 후진을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 현재 국세경력자 세무사 실무교육을 받으며 제2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대다수 국세공무원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승진인사 소식은 감감무소식입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6월 말 명예퇴직과 관련한 후속인사는 부분적인 '전보인사'만 시행될 예정입니다. 후속적인 서기관, 사무관 승진인사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승진인사 '원천차단'…우울한 '6월'= 현재 국세청 안팎에서는 인사와 관련한 궁금증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년 같으면 10여명의 명예퇴직자가 배출, 나름대로 승진파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지만 한 국세청장의 명퇴제 폐지조치로 일단 한 귀퉁이는 꽉 막혀버린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는 국세청 내부의 요인입니다.
행안부가 지난 2월 전 부처에 띄운 '승진인사 자제요청(동결령)'은 국세청 인사숨통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해 수 많은 서기관, 사무관급 인사들이 자리를 잃고 재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동결령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 행안부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코드'가 이렇다보니 국세청 혼자 좋아라, 승진인사를 단행하기는 여간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현재 재교육을 받고 있는 서기관, 사무관급 공무원들의 재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은 서기관급의 경우 10월, 사무관급은 11월입니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10월 이전에는 동결령이 풀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승진 동결령을 풀어버리면 각 부처별로 승진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재교육 인원들을 해소하기가 어렵게 된다"며 "(교육일정이 끝날때까지는)승진 동결령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떤 부처는 승진잔치를 하고 있는데 다른 부처는 재교육 대상자에 따라 승진이 동결된다면 화합과 상생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국가공무원법 개정‥고위직 승진 기대감…'역시나'= 3급 복수직 부이사관 승진도 막혀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동안 제때 승진인사를 못해 국세청은 현재 10개 정도의 복수직 부이사관 승진인사를 단행할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9명의 고참 서기관들을 '고위공무원단후보자과정'교육에 참가시키는 등 나름대로 승진인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승진인사 동결령을 감안하면 이는 어디까지는 단순한 기대에 그치는 분위기입니다.
또 현재 사실상 공석이나 다름없는 국세청 조사국장과 법무심사국장 자리도 직위승진을 통해 직무대리 중인 서현수 조사기획과장과 이종호 법무과장이 정식 임명될 것이란 소식도 전해지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안부가 고위공무원단 채용·승진 등 임용권을 부처장에게 위임하고 행안부 장관 사전 승인절차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 개정작업이 10월경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져, '일말의 여지' 또한 상실된 상황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승진을 기대하던 국세공무원들의 입이 댓발이나 빠져나올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정권차원에서 컨트롤하고 있는 일을 가지고 애꿎은 인사권자(국세청장)만을 탓할 수도 없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인 것입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 국세청 직원들의 승진인사에 대한 기대감과 불만이 교차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권차원에서 승진인사 자체를 막고 있는데 어디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 세무서 신설도 무산되고 조직개편이다 뭐다 해서 오히려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많다"며 "승진이 열심히 일한 노력에 대한 대가이고 대가를 얻기가 힘들다면 일할 맛도 안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느냐"고 답답함을 털어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