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표정관리 中'…주공 노조 "장관 사퇴하라" 압력
4대부문 민영화 철회…청와대 입장 선회와 발맞춘 듯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19일 오전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과 관련해 '선 구조조정 후 통합'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정부가 견지해 온 '통합과 구조조정 동시추진'과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주공 노조는 정 장관의 발언으로 수세에 몰리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토공은 자신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입장변화…토공에 유리? = 그동안 주공·토공의 통합을 주도해 온 기획재정부는 통합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주공의 주장(先통합 後구조조정)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에 따라 토공은 전직원이 나서 통합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이달 초 토공 노동조합은 국토부와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한데 이어 일간지에 '통합 반대' 광고를 실었다. 이에 대해 주공 노동조합은 '통합 찬성' 광고로 맞불을 놓았지만 적극 공세를 취하지는 않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주공이 발칵 뒤집혔다. 주공 노조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정 장관의 발언은 토공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토공은 정 장관의 발언을 반기는 모습이다. 토공 관계자는 "주공과의 통합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하려면 (기존처럼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입장 변화…왜? =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先통합'을 강조하던 정부의 입장이 왜 바뀌었을까.
곽승준 청와대기획수석은 지난 달 23일 "정권 초기에 강도 높게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공기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공기업 개혁 입장은 '미국산 쇠고기' 논란을 기점으로 상당히 후퇴했다. 게다가 청와대 수석들의 교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18일에는 전기, 수도, 가스, 건강보험 등 4대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 입장을 철회했다.
그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국토부는 이를 틈타 그동안 취해왔던 '先구조조정 後통합'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갑작스런 입장 선회와 관련해 "국토부가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두 공사의 통합 논의를 이끌어 가야 한다"며 "줏대 없이 휘둘려서는 한 걸음도 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