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인 행보를 펼쳤지만 부처간 이견만 노출한 채 막상 정책추진은 잘 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고 최근의 쇠고기 파동이나 화물연대 파업에도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대처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이 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 제도 부활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다.
◇ 정책 컨트롤 타워가 없다
20일 정.관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제주도에서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경제부총리를 부활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부총리 형태로 운용되도록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부총리 부활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정부 출범 당시 조직개편으로 거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부총리가 아닌 다른 부처 장관과 동등한 '급'이 되면서 일각에서 부처간 정책조정 기능 부재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부에서는 경제정책의 총괄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되 부처간 이견이 노출될 때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리하면 된다는 논리로 부총리제의 필요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부총리는 아니지만 재정부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부처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재정부는 환율이나 금리 문제를 두고 한국은행과 마찰이 있었고 추경편성 문제를 놓고도 한동안 한나라당과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할 때 타부처에서 장관이 아닌 차관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부총리가 아닌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재정부는 장관이 실용을 중시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타부처에서 누가 오는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지 참석자의 '급'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수석이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현실에서 서로 다른 견해들이 조율되지 않은 채 여과없이 발표되고 그 이후 추진도 잘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부총리가 다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 최근 특히 문제가 됐던 사례는 쇠고기 파동와 화물연대 파업이다. 이들 사안은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총괄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했지만 현재의 정부는 그런 기능을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종합적인 처방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국장급 간부는 "성장이냐, 물가안정이냐의 문제처럼 경제 정책은 항상 상반된 면들을 갖고 있고 따라서 따라서 각 부처 간 의견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며 경제부총리 제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간부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러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특정 사안에 대한 부분별 미시 대책 밖에 마련할 수 없고 포괄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은 제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부의 다른 간부는 쇠고기 문제를 예로 들면서 "여러 부처가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기술적인 측면 만 보게되는 주무 부처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낼 수 있고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다"며 "정책 컨트롤 타워가 있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과천 경제부처의 다른 간부는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에도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제도개선 사항 중에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이외 다른 부처와 관련된 사항도 많았다"며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사령탑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 제도가 있고 이를 통해 대내외 경제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예산권까지 갖고 있는 재정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 전문가들, 경제부총리 부활에 호의적
경제분야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경제부총리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이 최근 쇠고기 파동 및 고유가.고물가 등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정책조정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를 두자는 의견에는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해외발 외생변수와 처음에 정부 입장을 잘못 잡은 탓이지 경제부총리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경제부총리라는 컨트롤 타워가 생기는 것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경제 부문에 부총리를 둔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부문이 현재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책 조율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제도보다는 실질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도 정책조정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