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중앙일보ㆍ에버랜드 CB발행 유사"
20일 열린 세 번째 `삼성재판'에서는 1996년말 에버랜드와 중앙일보의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권 이전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에버랜드의 법인 주주였던 중앙일보의 자금담당자 임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1996년말 에버랜드 CB의 인수권을 포기한 경위와 같은 시기에 중앙일보가 유사한 방식으로 CB를 발행한 과정을 집중 신문했다.
특검팀은 "1996년말 삼성 계열사였던 중앙일보와 에버랜드의 CB 발행 과정이 시간적으로 밀접히 관련이 있고 실권분을 주요 당사자가 인수해 최대주주가 변동됐다"며 "이 전 회장의 지시나 비서실의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1996년말 에버랜드가 주주 우선배정 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전환가격 7천700원에 CB를 발행해 이재용 남매가 최대주주가 됐던 것처럼 중앙일보도 같은 방식으로 전환가격 5천원에 CB를 발행해 홍석현 회장이 최대주주로 됐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실권분 등 대다수 실권분을 이재용 남매와 홍 회장이 각각 인수했었다.
임씨는 "중앙일보 CB 발행과 관련해 비서실과의 접촉은 전혀 없었다. 에버랜드 CB 실권과 중앙일보 CB 발행은 독자적으로 추진됐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중앙일보의 CB를 발행할 당시 적정가격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전환가를 5천원으로 정했던 것이 주주들의 실권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 아니냐"고 따졌고 임씨는 "전환가 결정은 당시 CB를 발행하던 많은 기업들이 통상 액면가로 발행하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지 현저한 저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중앙일보가 주주로서 에버랜드 CB 인수권을 포기한 과정에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특검팀의 질문에 "에버랜드 CB를 사놓더라도 언제 유동화될지 모르고 가능성이 낮은 주식이라 생각해서 거금이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중앙일보가 1996년 11월4일 임원회의에서 에버랜드 CB 실권을 결의했다는 임씨의 이전 검찰 진술 기록을 내놓으며 "그날 홍 회장이 오후 4시20분께 일본에서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임원회의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고 임씨는 "통상 매주 월요일 임원회의가 개최돼 11월4일로 짐작했고 관련 기록은 2001년 수해로 소실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재판과 같이 에버랜드CB 헐값 발행 의혹을 심리하는 이날 공판에는 에버랜드의 주주이자 삼성계열사였던 법인들과 에버랜드 개인주주들의 CB 실권 경위에 대한 집중 신문이 이뤄졌다.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한 김인주 전 사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이사도 오후 늦게 피고인 신분으로 `지시' 여부와 관련한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