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26일 '쇠파라치'라는 쇠고기원산지 신고포상금제도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발효의 후속대책으로 들고 나왔다.
국민들의 신고를 통해 단속효과를 높여보겠다는 심산이지만 시작부터 썩 느낌이 좋지 못하다.
정부관청이 신고포상금 제도를 일명 '파파라치'에 빗댄 '쇠파라치'라는 단어를 공식 언급했기 때문이다.
쓰레기투기 신고포상금제도가 일명 '쓰파라치'로, 현금영수증 발급거부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가 일명 '세(稅)파라치'로 불리는 것은 정부당국이 스스로 명칭을 정한 것이 아니라 신고포상금제도를 노린 이른바 '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지적했던 여론이 지칭했던 별칭이다.
근원이 되고 있는 '파파라치'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의 한 영화감독의 작품에 등장한 신문사카메라맨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말한다. 당연히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단어이다.
물론 고의성은 없겠지만 정부가 공식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쇠파라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국민들을 달려드는 벌레나 '꾼'으로 보고 많이들 달려들어서 신고해 달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원산지위반 신고포상금' 등 얼마나 좋은 말들이 많은가.
특히 이번 쇠고기 원산지 신고포상금제도는 철저한 준비 없이 성난 쇠고기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인상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최저 1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쇠고기 원산지 신고포상금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포상금 예산은 6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큰 건 두어 건만 신고해 잡히면 바닥이 나는 예산이다.
또 이번 '쇠고기 원산지 신고포상금 제도'가 이미 관세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산지 신고포상금 제도'와 같은 예산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점은 이번 대책이 특별할 게 없는 대책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물론, 적발금액에 따라 350억원상당이 적발돼야만 3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지만 이것 역시 포상금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관세청은 '쇠파라치'라는 신고포상금제도를 발표한날 즉시 시행하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신고에서 얼마만큼의 금액이 적발됐을 때 얼마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상세한 포상금 구성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신고를 한다면 어디로 해야하는지, 전화번호도, 홈페이지 주소도 적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미 쇠고기 대책으로 2만5000여명의 시민감시단 발족과 음식점 허위표시를 신고하는 경우 최고 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많은 국민들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것은 수십만개의 식당과 유통업체, 수입업에 대해 철저한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그나마도 국민의 힘을 빌리고 싶다면 각종 쇠고기대책이 민심잡기를 위해 급조된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반성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