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 "기부한 195억원 학교 측이 전용하고 거짓말"
"110억원은 기부 목적대로 쓰일 수 있을 때 낼 것"
국내 개인 기부사상 최고액인 305억원을 부산대에 발전기금으로 쾌척키로 하고, 지금까지 195억원을 낸 경암(耕巖) 송금조 ㈜태양 회장과 부인 진애언 씨가 3일 기부약속 무효소송을 제기해 파문이 예상된다.
학교 측이 이미 낸 돈을 기부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해놓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대학에 기부한 당사자가 학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소송결과가 주목된다.
송 회장 부부는 3일 부산대(총장 김인세)를 상대로 기부약정한 305억원 가운데 나머지 110억원을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기 위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부산지법에 제출했다.
송 회장 등은 소장에서 "2003년 10월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305억원을 내기로 했는데 당시 김인세 부산대 총장이 '부산대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용도를 명시한 기부약정서를 가져와 '다음에 약정서를 바로 잡아주겠다'고 말해 이를 믿고 서명한 뒤 2006년 8월까지 195억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또 "부산대는 이후 약정서 정정요구를 무시한 채 2004년 6월부터 2007년 2월까지 195억원을 대부분 유용한 뒤 2007년 3월 약정서의 기부용도를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정정했고, 2007년 4월에는 '2007년 9월말께까지 195억원을 확보해 별도 계좌로 관리하겠다'는 서신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 부부는 이어 "2007년 5월 부산대 발전기금 이사회가 '다른 용도로 사용한 기부금을 모두 보충해 당초 용도대로 집행하겠다'는 의결서를 보내왔으나 기부금 유용을 계속하면서 아직까지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 부부는 특히 "김 총장은 '약정서는 기부자가 작성해 학교에 주는 것이지, 학교가 작성해 기부자에게 주는 게 아니다'고 사실을 왜곡했고, 학교 측이 우리를 폄하하면서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 등은 이에 따라 기부약정을 해지할 수 있는 만큼 미납한 110억원을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송 회장 등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김 총장의 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김 총장의 재임중에는 기부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후임 총장이 취임한 뒤 학교 발전기금의 투명한 관리와 집행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곧바로 110억원을 부산대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 등은 또 "부산대에 305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은 부산대는 물론 사회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여건이 조성되면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대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보지 못해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부산대는 송 회장 등의 기부약정서대로 발전기금을 정상적으로 집행했고,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