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가들, "투자세액공제 '항구화'" 의견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제도에 대해 전면 부정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아 국민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최대 규모 조세감면 제도인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에 대한 정책을 기존 원칙과 다르게 서둘러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임투공제는 대표적인 경기조절용 조세제도로 그동안 정부는 기업의 투자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연말이 다 돼서야 제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왔으나, 이번에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 긴급히 포함시킨 것.
특히 내년부터 임투공제 대상과 공제율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연내에 추진하려던 투자계획을 내년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표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는 올해 말 일몰이 종료되는 임투공제를 내년 말까지 1년 간 연장하고, 공제율도 현행 7%에서 10%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의 신규투자도 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5%의 공제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내년 9000억원, 2010년 2조1000억원 등 총 3조원의 조세지원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임투공제란 지난 1982년 경기하강기에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 운영 형태로 도입됐으며, 제조업·정보처리업 등 29개 업종의 기업이 설비에 신규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7%를 법인·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지난 2003년 1조3019억원에 이어 ▲2004년 1조8134억원 ▲2005년 2조5439억원 ▲2006년 2조681억원 ▲2007년 1조8238억원(전망치)을 기록하는 등 최대 규모의 조세감면 제도로 꼽힌다.
정부는 이 제도의 일몰 연장 여부를 매년 연말에 신중하게 결정, 기업의 투자위축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의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종합대책에 끼워 넣어 서둘러 발표한 것.
지난해 당시 재정경제부에서는 임투공제와 관련해 "하반기까지의 설비투자 및 경기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본 후, 연말에 연장·폐지 또는 축소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된다"며 "일몰 연장을 기정 사실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못박았었다.
하지만 이번 종합대책에서 임투공제 연장 내용을 앞당겨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재정부는 법 개정사항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제도의 연장 여부도 함께 담게 됐다고 해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5%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부분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으로 사실상 임투공제의 연장 의미를 담고 있다"며 "제도 연장 내용을 담은 시행령 부분만 따로 연말에 발표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계획을 세워서 개시하는 분부터 적용되는 것인데, 정책적 시그널이 있고 기업이 인지해 투자계획을 시행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2개월 정도라면 투자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계청 설비투자지수가 지난 8월과 9월 -0.1%, -2.7% 등으로 감소 폭이 늘어나는 가운데, 임투공제의 연장 및 확대 발표가 조기에 이뤄지면서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의 조기 발표로 인해 11~12월의 투자가 적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뚜렷한 원칙도 없이 대책을 남발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매년 제도의 일몰 연장으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이 낭비되고, 기업의 예측가능성도 떨어진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임시'를 빼고 항구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