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인 정상곤 前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군표 前국세청장이 구속돼 고법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이주성 前국세청장도 알선수재혐의로 전격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국세청 분위기는 납덩어리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국세청 직원들은 특히 이 前청장의 체포와 관련해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받은 것까지는 그래도 좀 낫다. 그러나 5000여만원 상당의 가구 등 가정집기나 1000여만원의 백화점 상품까지 받았다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세청 직원들은 휴게실 등 휴식공간에서나 사무실에서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소곤거리다가도 기자가 다가서면 '아무 일도 없었듯이' 침묵을 지키는 등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6시그마와 VOC 전국 세무관서장 워크숍을 위해 어제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수원에 위치한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모인 246명의 세무서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모양입니다.
오늘 같은 날 사무실에 앉아 근무하다 보면 시시각각 올라오는 이 前청장 소식에 오만가지 생각과 수치심이 들끓겠지만, 차라리 수원에서 모여 각종 뉴스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이 시기에 여기에 모이게 해 준 한상률 청장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막상 이 前청장과 관련해선 소식이 조금 빠른 사람이 이야기를 전해준 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누가 들을까 조심하는 모습은 간부들이나 직원들이나 똑같은 모습입니다.
수뇌부에 속할 만한 국세청 간부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이 前청장에 대한 수사가 '소환조사 형식'이 아닌, 법원에서 정식으로 영장을 발부 받아 체포한 이후에 전개하는 '구속수사'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前청장은 이제 끝났다는 분위기가 대세입니다.
6시그마와 VOC 전국 세무관서장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도 워크숍 중간중간 자리를 비우고 뭔가를 보고 받고 돌아오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 간부들을 더 애태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간부들 중 일각에서는 "여기 모여 워크숍을 하는 목적이 국민신뢰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려는 목적이 아니냐"며 "국민신뢰도를 최악으로 떨어뜨릴 암초를 만난 이 상황에도 한가하게 워크숍이나 하고 있어야 하겠느냐"는 회의론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지금 국세청 직원들은 작년 11월6일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검찰에 전격 구속됐던 전군표 前국세청장을 떠올리며, "작년에도 11월이더니 올해도 또 11월에 사고가 났다"며 "국세청에 11월은 잔인한 달로 자리를 잡겠다"며 탄식하는 모습들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