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결전의 날인 동시에 종합부동산세의 운명이 결정되는 그야말로 'D-day'다. 종부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당분간이라도 명줄을 유지하게 될지, 아니면 폐기처분될지 여부가 결판나는 것.
헌재의 종부세 위헌심판의 쟁점은 크게 ▲세대별 합산부과 방식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 과세 ▲과도한 세율체계 ▲미실현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평등권 및 재산권 ▲소급과세 ▲지방재정권 침해 등 7가지로 요약된다.
헌재는 종부세 위헌 심판에서 ▲전체 합헌 ▲전체 위헌 ▲일부 위헌 ▲헌법불합치 등 네 가지 중 하나의 결정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종부세는 현재 이런 네 갈래 길의 중간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운명을 달리할 수 있다. 네 가지 결정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 종부세 '합헌'일 경우= 종부세가 합헌 결정이 나게 되면, 우선 세무당국에서는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납세자들에게 환급되는 세금이 없어 즉각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가 없기 때문.
대신 납세자들은 종부세를 환급 받지 못해 아쉽고 섭섭한 나머지 또 다시 헌재에 종부세와 관련된 위헌 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헌재의 합헌 결정은 기속력(羈束力)이 없어 다시 위헌 심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 기속력은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자기가 한 재판이나 처분에 스스로 구속되어 자유롭게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을 말한다.
간통죄의 경우 헌재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았는데도, 위헌 심판을 제기한 경우가 여러 번 발생했던 것도 합헌 결정은 '기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드문 경우지만 만약 나중에 종부세에 대해 다시 위헌 심판이 열려 위헌결정을 받게 된다면, 2005년분 종부세와 올해 종부세에 대해서는 환급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종부세 경정청구는 올해 12월 15일로 끝나게 되고, 올해 종부세는 고지·납부 방식으로 부과돼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
종부세가 신고·납부로 부과된 경우에는 법정신고 기한으로부터 3년 이내에 경정청구가 가능하지만, 고지·납부로 부과된 경우에는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해야만 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종부세가 합헌 결정을 받더라도 정부가 이미 국회에 종부세 완화 방안을 골자로 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만큼 종부세는 향후 '유명무실→폐지→재산세 전환' 등의 과정을 거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종부세 '위헌'일 경우= 종부세 전체가 위헌 결정이 나게 되면, 2005년 종부세 제도 시행 이후 부과된 약 5조원에 달하는 세금이 모두 환급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가 받은 종부세 세수(신고 기준)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 2005년 6426억원, 2006년 1조7180억원, 2007년 2조767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전체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모든 종부세 납부자가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다.
종부세를 신고·납부한 납세자만 환급 받을 수 있으며, 종부세를 체납해 국세청으로부터 고지서를 받고서 납부한 납세자는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없다는 것. 종부세 신고·납부의 경우 경정청구 기한이 법정신고 기한 3년 이내이지만, 고지·납부한 경우 이의신청 기한이 90일 이내이기 때문.
세무당국은 이런 점을 고려해 '과표나 세액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해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45조의2 제2항을 면밀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잘못된 세금이라고 결정이 난 것을 자진신고했다고 돌려주고, 안했다고 안 돌려준다면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되기 때문. 지난 2005년 학교용지부담금의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서 해당자 모두에게 환급을 해주기도 했다.
또한 2005년도 분의 종부세를 환급 받기 위해서는 올해 12월 15일까지 경정청구를 해야만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종부세 위헌 결정이 나자마자 세무당국을 비롯해 종부세 납부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 세대별 합산만 '위헌'일 경우= 헌재의 종부세 위헌 심판은 '세대별 합산 등 일부 위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별 합산의 경우 혼인과 가족생활 등을 유지하는 자에게 불리한 세부담을 주는 것으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의견과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공평한 세부담을 실현해야 하는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세대별 합산이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단순 위헌이냐, 헌법불합치냐에 따라 환급 세액이 달라지게 된다. 단순 위헌 결정은 납부액의 전액을 환급받고, 헌법불합치 결정은 세대별 합산으로 계산된 기납부세액에서 인별 합산으로 계산된 세액의 차이만큼만 환급받게 된다.
또한 본인 명의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세대별 합산'이든 '인별 합산'이든 세금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가족 간에 한 채씩 분산해 갖고 있는 경우에는 세대별 합산 위헌 결정이 큰 의미를 갖게 된다.
□ 종부세 '헌법불합치'일 경우= 헌법불합치는 종부세 일부에 대해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는 것과 같지만, 언제부터 효력이 생기느냐에 따라 다르다.
헌법불합치는 즉각적인 법 효력 상실로 미치는 파장이 클 경우 법 개정때까지 일시적으로 법 효력을 유지하거나 중단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날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법 개정시까지 법적 효력을 인정해줄 것인지, 아니면 법적 효력을 중단할 것인지, 법에 대한 해석을 제한적으로 할 것인지 등 결정문 내용에 따라 취해야 할 조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헌법불합치 결정문이 '법 개정시까지 법적 효력을 인정해준다'라는 식으로 나오게 되면, 올해 종부세 고지서에 달라지는 내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 개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세금 환급도 달라질 예정이다.
아울러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과 마찬가지로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다시 위헌 심판을 제기하는 일은 없게 된다.
한편 헌재는 지난 7월말 태아 성(性)감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일부 조항에 대해 '해당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하지만, 곧바로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법적 공백' 사태로 인한 혼란이 예상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