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절차적 하자' 있는 만큼 처벌 못 해"
형사 재판의 증인이 법정에 출두해 거짓 증언을 했더라도 증인신문 전에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형사 재판에 출두한 증인의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할 법원이 스스로 범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고 바로잡은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 1단독 진상훈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공범의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기소된 이모(56)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진 판사는 판결문에서 "증언거부권은 형사 절차에서 증인이 위증죄의 처벌을 모면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서 증인 보호를 위한 중요한 법적 권리이며 이에 대한 고지는 증언거부권에 대한 절차적 보장을 의미한다"며 "그럼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선서를 시킨 후 증인신문을 진행한 것은 법의 취지에 반하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는 위증죄를 구성하는 요건인 만큼 고지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절차에서 행한 증인의 증언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2일께 춘천지법에서 열린 사기 사건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엄모 씨의 증인으로 출두해 엄 씨의 단독 범행인 것처럼 꾸미려고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소 직후 이 씨는 "증언 선서에 앞서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