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에 대해 '단순 위헌' 결정을, 1주택자에 대한 과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전체적으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와 1주택자에 대한 과세에 모두 위헌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단순위헌'과 '헌법불합치'의 결정차이로 다주택자는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지만, 1주택자는 세금을 환급 받지 못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9명의 재판관 중 8명이 종부세를 내고 있는 헌재 재판관들은 다주택자에게는 구제방안을 마련해 줬지만,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1주택자에게는 구제방안을 마련해 주지 않은 것이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14일 기자브리핑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은 장래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고, 입법 개정을 하라는 의미"라며 "(1주택자의) 과거분 환급은 없다"고 밝혔다.
단순위헌과 헌법불합치는 9명의 재판관중 6명이 찬성해야만 성립되는 '위헌' 결정의 종류이다. 차이점은 적용시기. 단순위헌은 결정 즉시 효력을 상실하지만, 헌법불합치는 일정 시한을 두고 효력이 상실된다.
헌법불합치는 효력을 바로 없애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기존에 시혜적으로 혜택을 보던 사람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에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에서 다주택자와 1주택자의 경우 세금 환급 여부를 놓고 희비가 크게 엇갈리게 됐다.
'단순위헌'과 '헌법불합치'는 단순히 적용시기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고, 구제를 해 줄 수 있느냐, 구제를 못 받느냐에서도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헌재 결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주택자의 과세가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를 내릴 만큼 효력을 바로 없앨 경우 생길 수 있는 파장이 큰지 의문이다. 반대로 세대별 합산 과세에 대한 효력을 즉시 없앨 경우 생기는 파장이 없는지도 의문이다.
1주택자에 대해서만 종부세가 부과가 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과세당국에서 이를 조정하면 될 뿐, 다주택자가 갑자기 시장에 주택을 내놓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란 현재 시장 상황상 힘들 뿐 더러,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주택을 파는 경우란 발생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대별 합산의 효력을 바로 없애게 될 경우에 생기는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주택 및 토지의 부동산을 부부공동명의로 돌리거나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일이 대거 생길 것이 불 보듯 하기 때문.
명의변경의 급증으로 인해 과세 대상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며, 이를 파악하느라 과세당국에서는 애를 먹을 게 뻔한 일이다. 이에 따라 잘못된 과세 대상자에게 종부세를 매길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헌재가 세대별 합산에 대해 '단순 위헌'을, 1주택자에 대한 과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결과적으로 여유돈이 있는 투기수요자에게 떡 하나 더 준 셈이다.
장기적으로 1주택을 보유하다 집 값이 올라 얼떨결에 종부세를 내게 된 실수요자, 담세능력이 부족해 빚을 내서 종부세를 냈다는 1주택 고령자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9명의 재판관 중 8명이 종부세를 내고, 9명의 평균 재산신고액이 27억5500만원에 달하는 헌재 재판관의 결정에 과연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