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을 제외한 창업 1세대들은 건설, 중공업, 전자, 자동차, 무역, 유통, 식품, 화학, 에너지 등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일으킨 한국 경제의 산 증인들이었지만 '세월의 벽'을 어쩔수는 없었다.
재계를 대표하는 창업 1세대 인사들로는 고 정주영 현대회장,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구인회 LG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고 조중훈 한진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타계한 정주영회장은 한국의 중후장대 산업을 일으킨 주역이다. 46년에 현대자동차, 50년에 현대건설을 설립하며 '굴뚝산업'을 주도한 정 회장은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록 정치인으로는 좌절을 겪었지만 정회장은 대북사업에 열정을 보였고 학계에 '정주영경영학'이라는 붐을 남길 정도로 한국경제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87년 타계한 이병철 회장은 섬유, 가전, 반도체, 금융 등 경박단소한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기업들을 일궈냈다. 48년 삼성물산공사를 세운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69년에 설립하며 전자산업을 선도했다. 8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 산업에 투신, 삼성전자를 D램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고 구인회 LG 명예회장은 45년 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비누, 치약, 샴푸 등의 생필품을 만들며 국내 화학공업의 기반을 닦았다. 58년 전자쪽으로 눈을 돌려 금성사를 세운 구 회장은 라디오, 선풍기, 세탁기,냉장고, 흑백TV 등을 국내 최초로 생산, 전자제품하면 '금성'이라는 명성을 얻기도했다.
70년 타계한 구인회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은 구자경 회장은 25년동안 재직하면서 2만명이던 사원을 10만명으로 불려 오늘의 LG그룹을 만들었다.
지난 73년 선경 창업자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자리를 물러받은 고 최종현 회장은 SK를 국내 4위의 그룹으로 키워냈다. 최 회장은 80년 대한석유공사 민영화 과정에서 쟁쟁한 대기업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 파란을 일으켰으며 이후 유공해운, 유공가스, 선경화학 등을 잇따라 설립해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석유화학ㆍ에너지 전문기업군을 만들었다. 그 뒤 84년 7월에는 한국이동통신을 인수,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그룹의 양대축을 구축했다.
이밖에 30대 대기업 가운데 한국 철강산업의 태두로 평가받는 동국제강의 창업주인 장상태 회장이 2000년에 타계했고 '삼표연탄' 신화를 일군 강원산업 정인욱 회장은 지난 99년 별세했다. 에너지산업계의 산증인인 김근수 대성그룹 명예회장도 지난해 2월 유명을 달리했다.
한편 재계 1세대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80)은 요즘도 격월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롯데그룹은 신회장이 실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최근에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유통업에 이어 외식사업(TGI프라이데이), 카드사업(롯데카드) 진출 등 사업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