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어도 21세~59세는 부양가족 소득공제 인정안해
추가공제 연령·공제금액도 '제각각'‥납세자들 '어지럼증'
EITC 자녀기준은 18세 미만‥형평성 논란 소지
현행 세법에는 근로자가 연말정산을 할 때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1인당 150만원의 기본공제 혜택을 주고있다.
노부모와 배우자, 자녀 2명을 부양하는 근로자라면 750만원(5명 기본공제)을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부양가족의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며, 부모(직계존속)는 60세 이상, 자녀(직계비속)는 20세 이하의 연령기준을 지켜야만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나이가 21세인 자녀, 59세인 부모는 소득이 없더라도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다. 소득이 없는 가족을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음에도, 연령기준에 막혀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세제지원이 이뤄지는 연령기준들이 제각각이어서 세법만 복잡해지고, 납세자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취업도 어려운데"‥애매한 연령기준으로 '계륵' 신세=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연말정산을 하면서 지난해보다 기본공제 대상이 두 명이나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학진학에 실패한 아들(21세)과 모시고 사는 어머니(56세)가 기본공제 연령기준에서 제외됐기 때문.
현행 소득세법(제50조)에 따르면 연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부양가족 중 20세 이하인 자녀, 60세 이상인 부모에 대해 기본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해 말 세법개정에서는 기본공제 금액을 1인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이고, 직계존속 연령기준도 당초 아버지는 60세, 어머니는 55세였지만, 성별과 상관없이 60세로 통일시켰다.
그러나 이미 연소득 100만원 이하라는 엄격한 소득기준이 마련돼 있음에도, 연령기준에 따라 150만원의 기본공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달 국회에는 기본공제 자녀의 연령기준을 20세 이하에서 25세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임영호 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되기도 했다.
기본공제 대상이 되는 자녀의 연령기준이 너무 낮게 규정돼 있고, 실질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인 25세까지 부양하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한 조세전문가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라는 소득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본공제 연령기준을 30세까지 높여도 큰 문제는 없다"며 "오히려 청년실업자 등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대한 선택적 세제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추가공제 연령·공제금액도 '제각각'= 근로자가 기본공제를 받은 후에는 부양가족의 유형에 따라 추가공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 기준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행 세법상 기본공제대상인 부모(60세 이상)가 70세 이상인 경우에는 '경로우대자'로서 1인당 100만원의 공제를 더 받는다. 지난해까지는 65세 이상인 경우 1인당 100만원, 70세 이상이면 150만원의 추가공제를 받았지만, 12월 말에 세법이 개정됐다.
기본공제 대상 자녀(20세 이하) 중 6세 이하의 자녀에 대해서는 1인당 100만원, 출생·입양의 경우에는 다시 200만원의 추가공제가 가능하고, 배우자 없는 여성은 50만원을 더 공제받는다.
부양가족이 장애인의 경우에는 연령에 상관없이 1인당 150만원의 기본공제와 200만원의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경로우대, 미취학 아동, 독신여성, 출산, 입양, 장애인 등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원 취지가 있지만, 연령과 공제금액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연말정산을 받으려는 납세자들은 혼란스럽기만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정부와 국회가 매년 세법을 조금씩 고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더기 세법' 탓인데, 납세자들이 세금을 더욱 어렵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 EITC 수혜대상 자녀기준은 '18세 미만'=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수혜대상 기준도 기존 세법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대해 일정 금액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로 조세특례제한법(100조의2~13)에 규정돼 있다.
수혜대상은 부부의 연간 총소득이 1700만원 미만이고, 18세 미만의 자녀를 1인 이상 부양하는 무주택 가구 등이며, 이들에게 최대 12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소득세법의 기본공제 대상을 비롯해 상속증여세법의 미성년자 규정 등은 모두 20세 이하로 돼 있음에도, 조세특례제한법상 근로장려세제에서는 자녀 기준을 18세 미만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기존 세법상 기본공제나 미성년자 연령기준이 20세 이하인데,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한 자녀 기준을 18세 미만으로 하면 일부 납세자의 혼란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EITC기준의 경우에는 20세 이하로 통일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