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원산지증명서, 관세사가 작성했다고 허위는 아니다"
실제 원산지증명서의 진위여부는 확인하지도 않고,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만 매달려 단지, 수출자가 직접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세금을 부과한 관세청의 과세조치를 취소하라는 감사원의 심사결정이 20일 나왔다.
한-칠레 FTA 발효 이후인 지난 2006년부터 칠레에서 신선포도를 수입해 온 A사는 FTA규정대로 칠레 소재 수출업자로부터 받은 원산지증명서를 세관에 제출하고 관세 등을 납부했지만 2007년 12월, 느닷없이 관세청으로부터 가산세와 관세를 포함한 6200여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낼 것을 통보받았다.
한-칠레 FTA에 따라 칠레산 신선포도는 계절관세율을 적용해 세계관세기구 양허관세율인 45%보다 낮은 20∼30%대의 관세율(계절에 따라 변동)을 적용받지만, A사가 제출한 원산지증명서는 수출자의 대리인인 관세사가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칠레산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허위로 FTA특례적용을 받은 만큼, 가산세까지 포함해서 세금을 토해내라는 것이 관세청의 입장이었다.
관세청은 '한-칠레 FTA이행을 위한 관세특례법' 조항상의 "수출자가 작성·서명한 원산지증명서"라는 문장을 근거로 세금을 경정청구했지만, 칠레 업체로부터 칠레에서 생산된 포도를 수입한 A사의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없는 상황.
A사는 칠레 현지 수출업체로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통상적으로 통관대리업체(관세사 등)를 고용해 서류작업을 해 왔고, 사인은 수출업체가 직접할수도 있고 통관대리업체에게 위임해 할 수도 있다. 이런 진행방식은 매우 통상적인 것이며, 통관대리업체들은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할 권리가 있다"는 답변과 대리인의 공증서를 받아 관세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관련규정에 원산지증명서의 대리작성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어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본관세율 45%를 적용한 경정세액을 처분한 것.
이에 대해 감사원은 "칠레소재 수출자가 통관대리업체에게 원산지증명서 작성권한을 위임한 것이 실체적·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또 칠레에서의 통관서류작성 관행 등을 볼 때, A사가 수출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에 의해 작성·서명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한 방법에 의한 FTA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관세청이 A사에게 원산지증명서를 정정 보완하도록 하거나 규정에 따라 칠레 현지 세관에 해당 원산지증명서의 진위여부와 정확성도 확인하지 않은 채 A사의 수입포도가 칠레산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기본관세율을 적용해 과세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관세청의 당초 조사가 미진했다고 인정된다. 칠레산 여부를 재조사해야한다"고 과세처분취소 결정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