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기부양이나 제도적 부작용 등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령의 개정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의 효과는 정책 목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2002년말 투기지역에 대해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소득세법을 개정했지만, 이런 규정이 실거래가를 모를 경우 기준시가로 취득가액을 산정해야 하는 상속토지를 역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부동산을 취득해 양도하는 투기세력은 취득가액이 실거래가로 산정돼, 기준시가(실거래가의 70~80%)를 취득가액으로 하는 상속토지(취득당시 실거래가를 모를 경우)보다 양도차익이 더 작아져, 세부담이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는 것.
상속토지의 취득당시 실거래가를 몰라 기준시가로 취득가액을 산정해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했던 A씨는 "상속재산의 양도가액을 실거래가로 하고, 취득가액은 기준시가로 하도록 한 세법은 합리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규정"이라며 국세청에 불복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예정신고했던 양도세보다 약 1억원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잘못된 세법으로 인해 억울한 납세자만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3년만에 날아온 양도세 고지서…"황당"= A씨는 지난 1989년 12월 임야 3만5207m²(1만562평) 규모를 상속받아 이듬해 상속등기를 하고, 16년간 보유하다가 2005년 10월 18억원에 팔았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2월에 양도가액 대비 환산가액으로 취득가액을 8억9200만원으로 산정해 양도소득 6억3300만원, 납부세액 1억9399만원으로 양도세 예정신고 및 납부를 했다.
당초 세무서는 상속토지가 2005년 3월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취득가액 및 양도가액을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2002년 12월 18일 개정)에 따라 취득가액을 실거래가로 산정했다.
그러나 상속재산이므로 기준시가로 해야 한다는 국세청 감사관실의 지적으로 세무서는 상속토지의 취득가액을 상속 당시 기준시가인 6337만원으로 해 작년 11월에 양도세 2억7300만원을 A씨에게 경정·고지했다.
약 3년만에 날아온 세금 고지서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1억원 정도가 많자, A씨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A씨는 올해 1월말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 "투기세력보다 세부담 큰 16년 보유 상속토지"= 투기지역일 경우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실거래가로 산정하고, 상속재산으로 취득당시 실거래가를 모를 경우 기준시가로 과세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부동산 투기세력을 보호해 과세형평성과 합목적성에 어긋나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같은 세법규정이 과세의 형평과 당해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춰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히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세기본법 18조를 위반하고 있다는 얘기다.
A씨에 따르면 같은 시기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토지를 보유한 지 약 3년만에 파는 투기세력의 경우와 10년 넘게 상속토지로 보유한 사람이 파는 경우 중 전자가 오히려 세부담이 더 낮다는 것. (필요경비 없는 것으로 간주)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2003년 7월에 한 토지를 실거래가 3억원에 취득했는데, 2005년 3월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같은 해 12월에 실거래가 10억원에 팔 경우 7억원의 양도차익이 남게 된다.
그러나 실거래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환산가액으로 취득가액을 산정할 수 있어 양도차익이 52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환산취득가액이 9억4800만원으로 산정된다는 것.
반면 1989년 12월에 해당 토지를 상속받고, 똑같이 2005년 3월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같은 해 12월에 실거래가 10억원에 양도할 경우엔 상속 당시 실거래가를 알 수 없다면, 당시의 기준시가(6300만원)를 취득가액으로 산정해야 해 양도차익이 무려 9억3700만원이나 발생하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투기지역에 양도세 취득가액을 실거래가로 산정하도록 한 것은 소득세법 개정 취지인 투기억제에 반하며, 오히려 부동산 투기자들을 보호하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지적했다.
□ 국세청 "법대로 한 것인데..."= 그러나 심사청구(심사양도 2009-0014)를 담당한 국세청은 "상속토지의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만큼, 상속개시일 당시 개별공시지가(기준시가)를 상속부동산의 취득가액으로 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의해 결정되는데, 시가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개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