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대출이자 아버지가 갚았다면 당연히 '증여'
부모와 자식간에 아파트를 사고 팔았다면, 매매일까? 아니면 증여일까?
부모자식간에 아파트를 매매하고, 아파트 거래가를 실제로 지급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실제 증여를 하고도, 매매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
아버지에게 2억8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이중 1억2000만원을 소명하지 못해 1000만원 가량의 증여세를 내야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파트를 취득하기 위해 빌린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부모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인출되는 등 어설픈(?) 매매조작이 과세당국의 레이더망에 딱 걸리게 된 것.
부모자식간의 거래라고 해서 매매가를 시가보다 현저히 저렴하게 하거나 일부 계약금을 받지 않는 등의 행위는 세법에서는 증여로 규정돼 증여세(성인 3000만원 한도로 10년간 공제)를 물어야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 "전세금으로 대출금 상환, 그런데 아버지 계좌로?"= A씨는 2005년말 아버지에게 2억8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했으며, 잔금 2억6000만원 중 1억원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대출금을 승계받아 상환하기로 했다.
이후 A씨는 2007년 3월 이 아파트를 1억8000만원에 전세로 내놓았고, 전세보증금 중 1억원으로 대출금을 상환해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매매를 완료했다.
그러나 A씨의 관할세무서에서는 2008년 3월 A씨의 아파트 취득을 매매가 아니라, 증여에 해당된다며 1275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아파트 매매대금 중 계약금 2000만원과 중도금 1억원 등 총 1억2000만원에 대한 취득자금원이 불명확하다는 것.
관할 세무서는 "A씨가 계약금 2000만원을 헬스클럽 운영과 관련해 반환받은 보증금으로 아버지에게 입금(현금)했다고 하나, 헬스클럽과 관련 수입금액 신고내역이 확인되지 않았고, 중도금 1억원도 대출금으로 승계하기로 돼 있으나, A씨 명의로 승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출금 이자도 A씨의 아버지가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매매대금 중 계약금 2000만원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충분히 자신의 소득 및 재산상태 등을 봤을 때 자력으로 취득이 가능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관할세무서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억울하다며 2008년 6월초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조세심판원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대출이자도 아버지가 갚아줬는데"‥당연히 '증여'= 심판원(조심2008서2046)은 "A씨가 아버지의 1억원 대출금을 승계해 중도금을 치르기로 했으나, 이 대출금이 A씨의 명의로 승계되지 않았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A씨의 아버지 예금계좌로 인출됐다"며 증여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 아버지는 2005년말 은행으로부터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 받았고, 이 대출금을 A씨가 승계하기로 했으나, 대출금 이자는 아버지의 은행 예금계좌에서 매달 자동 이체됐다.
A씨는 2007년 3월에 전세계약서를 체결하고, 받은 보증금 1억8000만원 중 1억원을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2005년말부터 2007년 3월까지 발생한 대출이자(최고 3000만원)는 A씨의 아버지가 대신 내준 셈이다. 또 대출금을 승계한다고 했지만, A씨 명의의 계좌로 승계되지 않았다.
심판원은 A씨가 지급했다는 계약금 2000만원도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A씨가 1998년 4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4877만원의 근로소득이 발생됐고, A씨가 2002년 2월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하고, 1억21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지만, 바로 그 해 기준시가 1억4300만원의 또 다른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기 때문에 계약금을 지급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기준시가 1억4300만원은 시가로 1억7000만원~1억8000만원 가량이 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하고 받은 1억2100만원, 근로소득 4877만원을 합해도 약 1억7000만원밖에 되지 않아 계약금 2000만원을 지급할만한 능력이 된다는 것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