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제개편안 증세 고소득층 90%가 부담
임투공제 폐지, 성형수술 과세 등 과감성 주목
업계 반발, 국회 통과여부 불투명…국민 공감대 형성 '필수'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감세(減稅)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增稅), 그리고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세를 표방하던 정부가 10조원대의 세수를 더 거둔다는 내용의 '2009년 세제개편안'을 25일 내놨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90%를 부담하는 '부자 증세' 방안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 세계적 경제위기로 촉발된 세입감소와 국가채무비율 증가 등 재정여건 악화 때문.
그러나 지난해 34조원에 이르는 대대적 감세정책의 효과가 부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부자 증세'로 충격을 완화하고, 서민중산층에게는 지원을 늘려 민심을 달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아울러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와 미용 성형수술 부가가치세 과세 등 업계의 반발이 극심한 방안들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얼마나 뚝심을 갖고 이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0조원대 '파격 증세', 고소득층 90%부담‥'부자정부' 탈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2012년까지 총 10조5000억원의 세수가 확충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5조2000억원이 내년 금융기관 채권이자 원천징수를 통해 걷히게 된다. 2011년 법인세 신고에서 거둘 세수를 2010년에 미리 당겨서 징수한다는 것.
올해 경기악화로 인해 내년 세입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세금 징수를 앞당겨 예산 운용에 숨통을 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재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와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 공제 축소 등을 통해 각각 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세수를 충당하기로 했다.
이런 세제개편으로 증가하는 10조5000억원의 세수 중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부담하는 비중은 90% 수준으로 추정됐다.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로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서민과 중산층에는 각종 소득공제 신설 등 세제지원을 늘리는 '부자증세-서민감세' 구조로 마련된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국민적 반감을 고조시켰던 '부자정부'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34조원에 이르는 대대적 감세정책으로 이미 고소득층에게는 풍성한 세금혜택이 이 돌아간 상황에서 이번 증세는 단지 '민심(民心) 달래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임투공제 폐지, 성형수술 과세, '장마' 소득공제 등 수혜계층 반발 거셀 듯= 정부가 폐지 결정을 내린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재계를 중심으로 매년 일몰 연장뿐만 아니라 아예 영구화하자는 요구까지 나오는 제도다.
물론 법인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하고, 연구개발(R&D) 관련 세액공제를 늘리는 보완책을 정부가 내놨지만, 경제단체에서는 매년 2조원 가량의 세수지원이 이뤄지는 임투공제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의 경우에는 지난 2002년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성형외과 의사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3개월만에 과세를 철회하기도 했다.
아울러 부가세 과세대상에 새로 포함된 수의사 진료, 운전·무도학원 등도 관련 업계의 저항 움직임이 극심할 전망이다. 부가세 10%가 과세되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결국 업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내년 연말정산부터 폐지되는 것도 가입자들에겐 충격적인 소식이 될 수 있다. 이자와 저축금액에 대한 이중 세제지원이라는 정부의 입장이 당장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 '장기주택마련저축' 가입자들에게 통할지 궁금하다.
□ 국회 통과 난항예상‥여론 공감대 형성이 관건=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과세 강화방안도 대거 포함된 가운데, 관련 이해관계가 얽힌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출신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받아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새로운 과세방침에 대해 적잖은 논란을 예상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기자브리핑에서 "조세제도 개편은 당사자들의 이해가 달라 어느 한편으로부터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입법 권한을 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이후에도 정부는 끊임없이 공평과세와 조세형평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제도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만일 정부의 노력 부족으로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이번 세제개편안이 부자 감세에 대한 '여론 무마용'이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과거에도 수 차례 실패했던 정책들을 다시 꺼낸 정부가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한 만큼, 이번에는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줬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부단한 정책 설명과 토론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