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자 법인세 5조2천억 1년 당겨 징수
임투공제 1조5천억, 양도세 1조 추가 확보
"대기업․고소득자가 증세 90% 부담"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사상 최대의 감세(減稅)정책이 1년만에 증세(增稅)로 '유턴'했다.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기존 감세 기조를 유지했지만,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크게 줄이면서 세수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09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2012년까지 총 10조50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34조원에 이르는 감세를 추진한 정부가 재정건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증세를 선택한 것.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내년부터 금융기관의 채권이자 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제도를 부활시켜 당초 2011년에 거둘 예정이었던 5조2000억원의 세금을 내년에 미리 당겨서 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올해 11조원에 이어, 내년에는 13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경기불황으로 인해 내년 세수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어서 일단 세수를 당겨써서 예산 운용에 숨통을 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 관련 비과세·감면제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해 1조5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고, 양도소득세 예정신고에 대한 10% 세액공제 혜택을 없애 1조원의 세수를 충당하기로 했다.
법인세 과세표준이 100억원을 넘는 1000여개 대기업에 대해서는 최저한세율을 2008년 이전으로 환원하고,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세액공제와 근로소득공제율을 줄여 각각 3200억원, 3000억원 정도의 세수를 충당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재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 따라 증가하는 세수 가운데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부담하는 비중은 90% 수준으로 추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한 고소득자와 대기업 부담은 9조5000억원으로 90.6%를 차지한 반면, 중산층·중소기업 부담은 9.4%(1조원)에 불과했다. OECD 기준은 근로소득이 상용근로자 평균소득의 150%(4800만원) 이하일 경우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미용성형수술·애완동물 진료·성인학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방안을 비롯해 다주택자 전세 임대소득세 과세, 신용카드 공제한도 축소 등의 방안은 세수 효과가 크지 않지만, '고소득층 과세 강화'를 통한 '부자정부' 이미지 탈피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