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설립 후 세제개편안에 대해 첫 공식논평 '주목'
25일 정부가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다양한 비판과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세무사회도 공식 논평을 내 놨다. 전체적으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바람직한 개편으로 보이지만 일부 개편안의 경우 여론에 치우쳐 조세의 기본원칙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아쉬움이 표현됐다.
세무사회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지난해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서민·중산층 세제지원확대에 초점을 맞춰 영세사업자의 경제회생을 위한 세제지원, 성실개인사업자의 의료비·교육비 공제연장과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소형주택 월세 소득공제 등 다양한 저소득층 지원책이 포함됐다"며 "바람직한 개편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무사회는 "일부 개편의 경우 여론에 치우쳐 편향적이거나 재정건전성 확보에 치중함으로써 조세의 기본원칙인 효율성과 공평성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는 특히 "폐업한 영세개인사업자의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지원책은 추후 환수 등의 단서도 없이 500만원까지 체납세액을 면제토록 한 것은 조세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성실한 대다수 납세자들과 일반 국민의 납세의식을 저해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고소득자와 서민·중산층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2분법적으로 세법을 운용한 측면이 있으며,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예정신고세액공제 폐지, 고소득 전문직의 영수증 미발급시 전액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해서도 다소 수정보완이 요망된다"고 밝혔다.
세금 관련 전문가 단체이면서도 국세청과 재정부의 감독을 받는 자격사라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세무사회가 세제개편안과 관련 공식 논평을 낸 것은 세무사회 설립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 세무사회는 "앞으로는 (정부정책과 관련 전문가 단체로서) 잘된것은 잘됐다 잘못된것은 잘못됐다 라는 의견을 내기로 중지를 모았다" 밝혀 향후 세무사회의 조세정책과 관련한 어떤 목소리가 나오게 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세무사회가 지적한 이번 세제개편안의 재검토 개선필요 부분이다.
□ 불합리한 가산세 제도 개선 필요
정부는 2007년부터 납세자의 단순한 과실에 대해서도 높은 가산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가산세는 성실한 납세를 유인하기 위해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거나, 적게 신고한 경우 심지어 40%에 상당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이는 너무 가혹하다.
또한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대상으로 예시한 내용이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허위기장,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기 위한 사기, 그밖에 부정한 행위 등 너무 추상적이어서 납세자들에게는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이에 대한 가산세의 완화가 요망된다.
아울러 납세자가 납세협력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도 종류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산세가 부과되고 있어 납세자에게 너무 가혹한 부담을 주고 있다. 한편 납세자가 수정신고 하는 등 자기 노력이 있는 경우에는 부당과소신고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며 가산세율도 완화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지정기부금 이월공제기간 연장' 환영
사업자가 사회복지 장학 학술 문화예술단체 등에 지출하는 지정기부금에 대해 일정 한도내에서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그 한도를 초과하는 기부금은 3년간 이월공제를 허용하던 것을 5년으로 연장한 것은 기업의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공제한도의 확대와 더불어 그 대상에 취약계층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임시투자세액공제' 중소기업에게는 유지돼야
고소득·대법인 등에 대한 비과세 감면 축소의 방안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도가 금년말로 일몰 종료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그 동안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들에게 투자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었으나 그 수혜자들이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폐지를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투자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중소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계속 존치하도록 일몰 연장이 필요하다.
□ '폐업한 영세 개인사업자의 경제활동 재개 지원' 문제
폐업한 영세사업자가 내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을 할 경우 무재산으로 결손처분한 사업소득세, 부가가치세에 대해 500만원까지 납부의무를 소멸시켜주는 것은 납세의식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세금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아울러 성실납세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줄 수 있어 탕감보다는 납부 유예 후 일정금액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 신용불량자의 경우 파산 또는 회생의 경우에도 최소한도의 금액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음.
□ '양도소득 예정신고세액공제 폐지' 수정돼야
양도세 예정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고, 부동산 등의 양도후 2개월 이내에 양도세를 신고하도록 예정신고를 의무화한 것은 납세자의 기한의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10%인 예정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