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안정적 자금조달.상환능력 갖춰라"
파생상품거래 종합관리…신평사 감독 강화
은행들은 앞으로 한국은행의 지원을 바라지 말고 처분에 제한이 없는 유동성 자산을 평소에 충분히 확보하는 등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채무상환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투자나 거래 현황이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 방법 등을 공개해야 하는 등 감독이 강화된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금 조달과 운영의 건전성을 높이도록 `유동성 리스크(위험) 관리 기준'을 9월 중에 시행할 계획이다.
이 기준을 보면 은행들은 채무(차입금, 수신 등) 지급 의무에 대한 상환능력 항시 보유, 안정적 자금조달 구조 확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양질의 유동성 보유 등을 담은 유동성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자금조달원이 특정한 곳에 편중돼서는 안 되며 만기 분산의 목표치를 세우고 다양한 통화로 영업하는 은행은 통화별 자금조달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중앙은행이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하거나 지원 조건을 완화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급속한 자산 증가와 자산 건전성.수익성 하락, 소매예금의 이탈, 조달 비용 상승 등 유동성 악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위기 상황을 분석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야 하고 비상자금조달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작년 9월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악화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는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외형을 확대하려는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향후 출구전략(경제.금융 비상지원책의 정상 환원) 시행에 대비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매년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 실태를 점검해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고 미흡한 은행에는 개선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 예대율 등 단순히 유동성 지표만 갖고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질적 기준을 도입해 유동성 악화를 예방하면서 대응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파생상품의 출시와 미흡한 관리를 국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의 거래 내역을 파악해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는 `파생상품 종합관리시스템'을 연말에 가동할 예정이다.
신용평가사들이 금융회사나 기업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 방법과 모델, 중요 고객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연내에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 투자은행(IB)의 과도한 성과보상체계가 위험한 투자를 조장해 금융 부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는 것과 관련,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만간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모범규준에는 단기 실적 평가 위주의 성과급 지급을 장기적인 성과 반영으로 바꾸는 방안이 담긴다. 이에 앞서 은행연합회는 올해 초 은행 경영진에 대해 2~3년 이상의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자율기준을 마련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이후를 대비해 금융권역별 제도 개선과 외부 위기에 취약한 외환시장의 체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