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기위해 쓰는 돈 7조140억원

증빙수취 등 정보제공의무 이행 '비용과다'

-국세청.조세연구원 공동 측정-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을 납부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들이 이 같은 세금납부의무 이행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납세협력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 동안 짐작만 했을 뿐 실체적 규모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던 납세협력비용의 대략적인 지출규모가 측정됐다.

납세협력비용(Tax Compliance Costs)이란 증빙수수 및 보관, 장부작성, 신고서 작성·제출, 세무조사 등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경제적.시간적 제반비용을 말한다.

쉽게 말해 세금을 내기 위해 쓰는 돈이다.

28일 국세청과 조세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인 및 법인사업자가 1년 동안 세금납부를 위해 쓰는 납세협력비용을 측정한 결과 지난 2007년 납세협력비용 지출규모는 7조140억원(GDP 901조 대비 0.78%)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명호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OECD표준원가모형(세금 신고·납부 과정을 단위행위별로 표준화, 전체 납세협력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을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납세협력비용 측정모형을 개발해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측정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들이 지출한 납세협력비용은 7조140억원 규모. 2007년 총 세수(153조원) 대비 납세협력비용은 4.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0원의 세금을 내기 위해 평균적으로 4.6원의 비용을 쓴 셈.

유형별로는 법인사업자는 3조9435억원(56.2%), 개인사업자는 3조705억원(43.8%)의 납세협력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측정됐으며 업체당 평균 165만원이었으며 법인의 경우 1007만원, 개인의 경우 80만원의 납세협력비용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 위해 사용된 납세협력비용이 2조2189억원(31.6%)으로 가장 많았으며 법인세 1조9573억원(27.9%), 소득세 1조8416억원(26.3%) 순으로 납세협력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무대비 비중은 소득세 7.45%, 법인세 5.53%, 부가가치세 5.42%로 소득세 관련 비용이 가장 높았다. 박 연구위원은 "부가세 분야가 높은 이유는 신고회수(연간 2-4회)가 많기 때문이며 세수대비 소득세 분야가 높은 이유는 세수기여도가 낮은 영세납세자의 납세의무이행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정보제공의무(세법상 각종 의무사항으로 납세협력비용 발생 요인)별로는 증빙수취.장부기장 3조395억원(43.3%), 신고·납부 1조6156억원(23.0%), 거래증빙발급 1조1864억원(16.9%) 순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위원은 "이들 3가지 유형의 비용 합계가 전체 비용의 83%에 달했으며 법인 및 개인 모두 이들 3가지 비용이 가장 높았다"며 "현재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세금계산서제도 등이 정착되면 비용 감소효과를 가져와 납세협력비용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업종별로는 제조업 1조8818억원(26.8%), 도·소매업 1조3677억원(19.5%), 건설업 8,709억원(12.4%) 순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1업체당 납세협력비용은 제조업 사업자가 521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비용발생 유형은 내부비용(인건비 등) 4조3352억원(61.8%), 외부비용(용역대행비 등) 2조141억원(28.7%), 취득비용(비품 및 기자재 구입비) 5801억원(8.3%)으로 나타났다.

내부 및 외부비용 비중은 법인 67.4%/25.4%, 개인 56.3%/33.8%로 개인의 외부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과적으로 개인사업자들이 세무사,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들에게 세무신고 등을 위탁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규모별로는 종업원 1∼9명 구간에서 2조4157억원(34.4%), 10∼99명 2조827억원(29.7%), 0명(1인 사업자) 1조9019억원(27.1%) 등 100인 미만 기업 비중이 전체 납세협력비용의 91.2%를 지출한 것으로 측정됐다.

박 연구위원은 "영세 또는 중소규모 사업자 수가 많아 관련비용도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규모별 업체당 평균 납세협력비용은 0명 55만원, 1∼9명 384만원, 10∼99명 1550만원 등 규모 증가에 비례해 비용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액 1만원당 납세협력비용은 종업원수 1∼9명 구간은 22.35원, 10∼99명 구간은 20.56원, 100∼299명 구간은 7.55원, 300명 이상 구간은 1.75원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종업원수)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액 1만원 당 납세협력비용은 감소되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전체 납세협력비용 중 약 3/4 가량이 증빙수취.장부기장, 신고·납부, 증빙발급 등 정보제공의무에서 발생되고 있다"며 "단기적 접근이 아닌 5년 이상 중장기 계획 아래 중점 축소분야를 선정하고 특정시점까지 축소 목표량을 정해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등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전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측정결과를 토대로 납세협력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 원칙을 적용해 우선적으로 축소방안을 마련하고 단기적으로 이행 가능한 과제부터 점진적으로 축소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기존 납세협력비용 축소를 위한 방안들을 추진해 가면서 앞으로도 납세자의 시각에서 다양한 축소방안을 발굴.추진하기 위해 납세자 및 경제단체 등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의견을 수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