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 5500만원부터 '영주권'으로 절세테크
외국 영주권 취득시 무조건 세법상 '외국인 근로자'
우리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국 영주권자인 경우 국내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세법상 '외국인 근로자'로 분류돼 일정 소득 이상부터는 일반 국민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 영주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져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소득이 많은 고급인력들이 외국 영주권을 취득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국세예규심사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국적자가 외국의 영주권자인 경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15% 단일세율)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예규를 결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외의 우수한 인력을 국내로 들여오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 영주권자를 '외국인 근로자'로 분류하게 됐다"며 "외국인 투자촉진법에서도 외국 영주권을 소유한 국내 국적자를 '외국인'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는 국내 국적자이면서 외국 영주권자인 경우를 '외국인'으로 정의하는 반면, 외국인근로자고용법에서는 국내 국적자가 아니면서, 국내에서 근무하는 경우를 '외국인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정부는 외국 영주권자를 외국인 근로자로 보는 조항을 법령에 넣을 것인지, 또는 예규로 남겨둘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는 과세특례 대상 '외국인 근로자'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이 없다.
□ 조특법상 '외국인 근로자' 정의 없어 혼란=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세예규심사위원회의 예규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도 우리나라 국적자이면서 외국 영주권자인 경우 국내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외국인 근로자'로 분류돼 과세특례가 적용돼왔다.
외국인 근로자로서 과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관련서류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하는데, 관련서류의 서식에 주민등록번호와 영주권 등을 표시하는 난이 있어, 그동안 관련 법령이 없었더라도, 사실상 외국 영주권을 소유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과세특례를 적용 받아왔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작년말 조세심판원에서 그동안의 예규를 뒤집어 '우리나라 국적자이면,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심판결정례(조심2008서3462)가 내려지면서, 이에 대한 혼란이 제기됐고, 국세예규심사위원회를 열어 '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경우'를 '외국인 근로자'로 분류, 과세특례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특히 조특법상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정의하고 있지 않아 혼란이 빚어져왔던 것.
그러나 현행 예규대로 '외국 영주권자'를 외국인 근로자로 규정하면 일반국민과의 형평성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초래돼, 이 같은 내용을 법령에 넣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소득세 과세표준 5500만원부터는 '영주권자'가 유리= 현행 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을 똑같이 갖고 있지만, 외국 영주권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게 된다. '외국 영주권자'는 과세특례가 적용되기 때문.
특히 근로소득(비과세소득과 소득공제가 없다고 가정)이 5500만원을 넘어서면, 외국 영주권을 소유하는 것이 세금을 더 적게 낼 수 있어, '영주권'이 곧 '절세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커 보인다.
조특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총 급여액의 30% 비과세 또는 근로소득의 15% 단일세율 중 하나를 선택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총 급여액의 30% 비과세는 올해 말로 일몰, 폐지돼 향후 외국인 근로자는 15% 단일세율만 적용될 방침이다.
예컨대 근로소득이 5500만원인 경우 영주권자라면 15% 단일세율이 적용돼 연간 825만원의 세금을 내게 되지만, 영주권이 없으면 현행 소득세율을 적용, 841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영주권이 있다면, 16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근로소득이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라면 그 차이는 커지게 된다. 근로소득 1억원인 소득자가 영주권이 있을 경우 1500만원을 세금으로 내지만, 영주권이 없다면, 2086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돼 영주권이 있는 경우보다 586만원을 더 내야 한다.
내년 소득세가 추가로 인하되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득세 감세로 근로소득 6000만원부터 영주권자가 더 적은 세금을 내게 된다. 내년 소득세 세율을 적용하면, 근로소득 6000만원인 경우 영주권자라면 15%의 단일세율이 적용돼 900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되지만,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918만원을 내게 된다.
이에 따라 과세특례 대상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규정을 조특법상에 정확히 명시하되, 단지 외국 영주권을 보유한다고 해서 세법상 특혜를 주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