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사라진 관세청 '기획심사 총량제'

작년 말부터 폐지‥"처음부터 잘못 만든 제도"

관세청이 2008년부터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라는 효율적인 세무조사를 위해 도입한 기획심사(기획세무조사) 총량제가 1년도 시행되지 못한 채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2007년에 기획심사했던 업체 대비 해마다 10%씩 기획심사업체 수를 감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줄인다는 기획심사 총량제를 2008년부터 실시했으나 그 해 상반기까지만 실시한 후 하반기부터 시행을 중단했다.

당초 관세청은 2007년 기획심사 업체 515개보다 10% 적은 464개를 총량으로 정하고 2008년 상반기에 총량목표치의 절반인 232개보다 훨씬 적은 150개 업체에 대해서만 기획심사를 실시하는 등 대폭적인 기획심사 감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이를 돌연 폐지한 것.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기업지원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폐지됐다"며 특히 "기획심사라는 것이 세액탈루와 부정무역업체에 대한 준사법적 강제력을 지니는 조치이기 때문에 총량을 둔다는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폐지했다"고 말했다.

기획심사가 탈세 등 불법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일정한 총량을 정해서 이만큼만 조사하겠다는 것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제도였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관세청의 기획심사총량제 폐지는 관세청측의 설명대로 아주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기업의 세무조사의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제도였고 실제로 2008년 상반기 동안 시행됐던 제도이지만 심사업무처리방법을 규정하는 관세청 훈령인 '종합 및 기획심사운영에 관한 시행세칙'(2009년부터 종합심사운영에 관한 시행세칙과 기획심사운영에 관한 시행세칙으로 세분화됨)에는 반영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훈령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를 폐지하다고 해서 훈령을 개정할 필요도 없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당초에 훈령에 없는 사항이었다"며 "기업심사와 관련해서 우리 내부에서 운영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결제라인을 통해 계획을 세워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훈령에는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제도가 시행되던 2008년 5월 당시 본지 기고문을 통해 "금년 신정부 출범과 함께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Friendly) 정책에 부응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한 효율적인 심사를 시행하고자 '심사 총량제'를 통해 기획심사 업체수를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