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세청 통보 무시한 지자체공무원 등 14명 적발" 수사 등 요청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는 국세청 통보를 받고도 제멋대로 무혐의로 처리해 주거나, 세무조사 결과를 방치해 국고 244억여원의 손실을 초래할 위기를 가져온 지자체 (세무)공무원 14명이 무더기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들은 국세청 통보문서를 개인수첩에 끼워놓고 부과 제척기간이 끝나도록 방치하거나 통보문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물대장을 무단으로 폐기하기까지 했다. 또 세무조사로 법 위반사실을 적발하고도 구청에 통보하지 않아 과징금 부과를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12일 전국 43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부동산 명의신탁이나 장기미등기 등 부동산실명법 위반자 처리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이처럼 업무처리를 '탈법'적으로 한 14명의 공무원을 적발, 해임과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미부과한 과징금 244억원을 부과하도록 시정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청의 직원 2명은 지난 2006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A씨가 지난 2001년 강남구 소재 대지 1,045.2㎡를 사들여 오피스텔을 짓고도 세금포탈과 함께 개인채무이행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명의로 등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세청의 통보자료에는 A씨가 부동산 취득자금의 조달과 함께 토지취득 및 분양 등에 모든 권한을 행사했을 뿐만 아니라 60억원의 분양 및 임대수입 등이 A씨 일가에 귀속된다고 돼 있어 실제 부동산 소유자가 A씨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
그러나 "이들 2명의 직원은 A씨가 '잘 부탁한다'는 청탁을 하자 A씨가 명의신탁사실을 부인하고 국세청에 과세적부 심사청구를 제기한 만큼, 국세청 처분을 지켜보고 과징금 부과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실무자의 의견까지 배제하고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 내용의 문서를 만들어 제멋대로 무혐의 처리를 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감사원은 "구청직원이 제멋대로 무혐의 처리함에 따라 A씨에게 부과해야 할 과징금 28억 9419만원 가운데 8억2689만원은 제척기간 경과로 아예 부과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요청과 함께 구청장에게 해임과 미부과한 과징금 20억6729만원을 부과토록 조치했다.
또 경기도 김포시의 8급 직원은 지난 2007년 동대문세무서로부터 B씨의 부동산실명법 위반사실과 함께 중부지방국세청에서도 C회사의 부동산실명법 위반사실을 통보 받았다. C씨는 단독으로 취득한 토지를 타인과 공동명의로 등기했으며, C회사는 토지 5만484㎡를 타인 명의로 등기했다는 통보를 받은 것.
그런데도 이 직원은 B씨에게 부과해야 할 과징금 2602만원을 제척기간이 끝나도록 부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C회사에 대해서도 과징금 20억2101만원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가 과징금 부과 업무가 다른 부서로 이관됐는데도 문서를 인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김포시장에게 이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아직 제척기간이 남은 C회사에게 과징금 20억2101만여 원과 취득세 등 2억6786만원을 추징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제주시청의 기능직 7급 직원은 지난 2007년 "D씨가 토지 35만9776㎡를 취득 후 타인 명의로 등기하고, 3차례에 걸쳐 제3자에게 매각했다"는 통보를 용산세무서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이 직원은 "세무서 통보문서를 자기 수첩사이에 끼워둔 채 제척기간이 끝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 제척기간이 끝나 D씨에게 부과했어야 할 과징금 2억6000만원을 부과할 수 없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다 감사원의 정직 요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충북 진천군의 기능직 8급 직원도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E회사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농지 등 135만3753㎡를 사서 타인 명의로 등기했다"는 통보문서를 받았지만, 웬일인지 담당 부서에 넘기지 않고 분실한데다 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물배부대장도 무단 폐기했다.
감사원은 "E회사에는 과징금 13억7086만원과 취득세 등 2억5443만원 등 16억2529만원을 부과하지 못했다"며 "진천 군수에게 이 직원의 정직을 요구하고, E회사에 과징금과 지방세 16억2529만원을 부과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세무서에서 부동산실명법 위반사실을 적발하고도 이를 해당 시·군·구에 통보하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동세무서의 7급 직원은 지난 2007년 10월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F씨 등 6명이 공동으로 대지 699.5㎡를 상속받은 후 공동상속인들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았으면서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그는 곧바로 '부동산 실명법 위반자 통보서'를 작성하고 결재까지 받고서도 관할 구청에 발송하지 않았고, 그 결과 과징금 3억6382만여 원을 부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1억1548만원은 부과제척기간이 끝나 부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세무서 직원에게는 정직요구를 하는 등 태만한 과징금 부과업무로 손실을 초래한 관련자 14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범죄혐의가 있는 강남구청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했다"며 "미부과한 과징금 등 총244억여 원을 부과토록 시정요구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