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서는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갖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한은법 개정안은 현재 금리조절 등 물가기능을 담당하는 한은에 금융안정 및 감독권을 부여해 금융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자는 내용이 골자로, 한은은 한은법 개정안에 긍정적이나, 기획재정부 및 금융감독당국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한은의 감독권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감독기능 강화는 하나의 흐름"이라며 "재정위 소위원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중심으로 '지급준비율 적용대상의 확대'와 '은행감독권 강화', 지급결제제도 보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이나 홍콩,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은 중앙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직접 조정해 금융회사의 대출규제 등을 직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에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것보다 현재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지난 9월 15일 감독당국과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1~2년 운영한 후 그래도 안 되겠다면 법 개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5개 기관은 정보공유 활성화 및 공동검사 개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여전히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성태 한은 총재는 "현재 한은법 개정은 긴급 상황을 가정해 얘기하는 것인데, 평소에 자료 공유로만 갖고 되겠는지 모르겠다"며 "긴급 상황 때에는 (단독조사권 등)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차명진 의원은 "중앙은행이 지급준비기능 등을 갖고 있는데, 굳이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냐"며 "개별은행을 단독 조사하게 될 경우에는 중앙은행으로서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잘 관리하고, 금리 조정 등 물가 등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며 "개별은행 관리 등 마이크로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돈(외환보유액)은 우리가 쓰는데, 그에 대한 판단은 남에게 맡기는 것이 좀 그렇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 등에 긴급적으로 자금공급을 해야 할 경우 이에 대한 판단을 금융당국에서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편 한은이 공공기관인지, 그렇지 않은지 불분명하게 돼 있어 이에 대한 포지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한은이 중요한 공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등 어느 기관에 소속된 국가 기관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다"며 "따라서 그 기능을 뭘 줘야 하는지 갖가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어 한은법을 개정할 때 한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